이달 뉴욕 증시에서는 '청년 개미'들이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들을 상대로 투자 승리를 선언해 시장 눈길을 끄는 분위기다.
주식 거래 중개수수료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와 개방형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트' 토론방을 발판 삼아 등장한 2030 개인투자자들이 비디오게임 업체 게임스톱 주식 집중 매수에 나서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공매도 세력이 숏 포지션 청산을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하루 만에 134.84% 폭등해 1주당 34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코언이 자금을 댄 멜빈캐피털과 유명 공매도 기관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 공동창업자 등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스톱 공매도 청산을 밝히면서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다. 게임스톱은 '반려동물계 아마존'으로 불리는 추이 공동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달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해 공매도와 개인투자자 간 전쟁터가 됐다.
다만 장 마감 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은 재무부와 함께 게임스톱을 비롯해 증시에서 주가가 급격히 오른 일부 기업 관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고, 레딧이 토론방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18.28% 떨어졌다. 이 밖에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26.58%)와 캐나다 소재 보안소프트웨어 업체 블랙베리(-9.84%), 목욕 용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12.55%), 핀란드 소재 이동통신사 노키아(-9.47%) 주가도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해당 기업들 주식은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공매도에 대응해 '숏 스퀴즈'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주가 급등을 야기했다는 의혹 한가운데 선 종목들이다. 본 거래 때는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 폭등세를 보였다. 숏 스퀴즈는 하락 베팅 예상과 달리 오히려 주가가 더 오르는 경우, 주가가 오를수록 손해인 공매도 투자자들이 중간중간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더 뛰는 상황을 말한다. 공매도 전문 분석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자들은 27일까지 누적 기준 최소 191억5000만달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스톱 숏 스퀴즈 사례는 논란을 남겼다.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개인투자자들이 월가를 견제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편 어디나 프리드먼 나스닥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시장 조작 의심 정황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철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