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2·4 대책의 후속 법안은 공공주택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생법, 주택도시기금법, 주택법, 토지보상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8개다. 이들 법안은 사실상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이지만 여당 의원이 발의하는 형태인 '청부 입법'을 거쳐 국회로 올라왔다. 정부가 계획한 정책 세부 내용이 법안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해당 법안들에는 당초 위헌 논란을 일으켰던 '강제 현금 청산' 외에도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는 규정이 상당수 확인됐다. 법 규정대로라면 재산권을 행사할 토지 소유자들이 과잉 대표되거나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도정법 101조 2항에서는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사업 시행을 개시한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이 법은 사업 절차상 구체적인 정비구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동의서를 받게 되는 구조다.
최시억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시행되는데, 최종 확정되는 정비구역과 달라질 경우 아무런 권한이 없는 소유자가 해당 사업에 대한 초기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정비구역에 대한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도정법 20조에는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소유자 30%의 동의를 얻으면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 시행을 맡는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은 소유자들이 의견을 모아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비구역이 지정·고시된 이후에는 정비사업 여건이 변하거나 정비사업이 지연돼도 소유자가 본인의 토지 등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조합 총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유주들의 의사를 수렴해 사업에 반영하는 민간 정비사업과는 달리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은 지구지정 다음 날 조합이 해체(도정법 101조의 6)된다. LH 등 공공 시행자가 소유자들 의견에 종속되지 않고 사업 진행이 가능한 구조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발 사업 지연·사정 변경 시 소유주들이 속앓이를 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된 LH가 개발 이익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은 현물 선납과 수용 방식(도정법 101조의 8)으로 LH가 정비구역 내 모든 지분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구조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개발이익을 민간 조합이 아닌 LH 등에 귀속시키는 것만으로 사업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개발이익 재투자에 관한 구체적·직접적 규정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 내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를 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역시 관련 법안에 재산권 침해 조항이 다수 확인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주민 10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구지정 제안서가 제출된다. 국토부 장관이 주민 등의 의견 청취를 공고(예비지구지정)하면 공공주택특별법 40조의 14에 따라 해당 지역 내 주민들은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지 분할·합병 등이 금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권을 침해할 때는 엄격한 법 규정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법안대로라면 곳곳에서 재산권 분쟁과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