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키높이 운동화를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CEO가 있습니다. 바로 (주)지디에스 허정훈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신발 가게 아르바이트생부터 시작해 국내 최초 키높이 운동화 개발에 이르기까지... ‘정완진의 The CEO’제작진이 그의 사무실이 위치한 부산을 직접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어린 시절 대표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제가 삼대독자 외동아들인데요. 그렇다고 하면 왠지 부모님이 오냐오냐하면서 키웠을 것 같지만, 저랑은 완전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스파르타식으로 강하게 키워졌죠. (웃음) 대학 입학하자마자 1학기 등록금과 용돈만 주시고, 저보고 알아서 살라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저 스스로 독립심과 자립심, 도전 정신 등을 키울 수 있었으니 이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1학기 등록금과 용돈만 쥐어주셨을 때, 어떻게 했나요?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죠. 대학교 들어가서 남들 흔히 한다는 미팅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신발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 제가 처음으로 ‘신발’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죠.
Q. 신발 가게 아르바이트 시절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제 가게는 아니었지만, 제가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싹싹하게 대하니 특히 아주머니들이 참 좋아했어요. 또한 공장에서 버리는 비품을 들여와 고객들에게 거저 주는 가격으로 팔기도 했는데, 그때 장사 수완을 톡톡히 발휘했죠.
Q. 장사 수완이 타고난 것 같네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치킨 가게, 고기집, 당구장 등 각종 장사를 하셨어요. 그 일을 도우다보니 자연스레 장사 수완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가 목표로 한 예상 매출액이 넘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부모님을 먼저 퇴근시키고, 목표 매출액까지 달성한 후에 집에 들어가곤 했죠. 부모님 주무실 때, 머리맡에 두둑한 돈 봉투를 놓아두는 것이 어릴 적 나름의 재미였다고나 할까요. (웃음)
어쨌든 신발 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뛰어난 실적을 낸 덕분에 대학 졸업 후에는 그 신발 대리점의 본사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Q. ‘신발’ 하나로 외길 인생을 걸어오셨는데.. 처음으로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지요?
신발사업 시장에 뛰어든 만큼 저는 신발업계에 한 획을 긋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많았지만, 저는 회사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죠. 당시 제가 다녔던 회사는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OEM으로 제조해주는 곳이었거든요. 하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무관심이었습니다. 여기에 안주해서 있을 수는 없겠다 싶어 직접 창업을 결심하게 됐고, 지금의 키높이 운동화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키높이 운동화 개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제 아내와 결혼하기 전, 상견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어요. 아버지가 키 큰 여자를 좋아하셨거든요.(웃음) 그래서 제 아내의 키를 커보이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신발 안에 스펀지를 넣어서 키가 커보이게 만들었어요. 그때 아내가 무척 좋아했죠. 몇날 며칠이 지나도 그 신발을 벗을 생각을 안했으니까요. 그 순간, ‘아, 이걸 내 제품, 내 브랜드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제작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2년 무렵이었어요. 당시 키높이 신발이라고 하면 겉으로 드러나게 굽을 높이는 것밖에 없었거든요. 저는 이걸 보이지 않게 만든 것이죠. 그것도 ‘구두’가 아닌 ‘운동화’로요.
Q. 전에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들다 보면 시행착오도 많이 겪게 되고..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지 않았나요?
그렇죠. 처음에는 별다른 기술력 없이 그냥 아이디어만으로 신발을 만들었는데 쉽게 뭉개지거나 발이 빨리 아파온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안되겠다 싶어 신발 부자재 골목 거리를 돌아다니며 발에 무리가 없는 소재들을 직접 찾았고, 키높이 운동화 샘플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신발 제작공들을 섭외하러 가서 키높이 운동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하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해했죠. 몇 날 며칠 설득하고 이해시킨 끝에 전문가들을 영입할 수 있었고, 또 발에 최적화된 신발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품군도 굉장히 다양하고, 키높이도 3cm, 5cm, 7cm 등 다양합니다.
Q. 현재 브랜드로 이용하고 계신 T2R이 과거 패션 브랜드 아닌가요?
네. 회사에서 퇴사를 할 때도 제가 강조했던 것은 나만의 브랜드, 나만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기억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잖아요. 브랜드를 만들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홍보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이 생기고요. 그러던 차,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T2R이라는 브랜드였습니다. T2R은 과거 H.O.T를 내세운 스타 마케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인데, 점차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어서 제가 신발 쪽만 라이센스를 해왔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때로는 무언가를 등에 업고 가는 전략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대표님께서 고집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키높이 운동화라는 게 비밀스러운 매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고객들이 온라인 구매를 더 고집할 것이라는 생각에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 Made in Korea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키높이 운동화라는 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중국이 아닌 한국 생산을 고집하는 것이고, 또 부산의 기업인으로서 지역민들을 고용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2011년, 중국 정부 사업에 선택되면서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습니다. 물론 중국 진출도 온라인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중국 현지에서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앞으로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신발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역사에 한 획을 그어야 하지 않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