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온 순박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서정적이고 예쁜 노랫말, 전자음의 힘을 빌리지 않는 자연음과 리듬, 티없이 맑고 건강한 캐릭터를 가진 이 10대 소년소녀는 지난 7일 SBS TV 서바이벌 오디션 '일요일이 좋다 - K팝스타 2'에서 우승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습니다.
정식으로 가수로 데뷔할 것인지, 어떤 기획사를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1996년, 1999년생으로 각각 17세, 14세인 이찬혁-이수현 남매는 2년 전 선교사 부모를 따라 몽골로 이주했습니다. 'K팝스타2'에 지원한 것은 자신들의 실력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생방송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우승하자 "여기까지 올라올 줄 몰랐고, 톱10이 정말 잘했는데 이분들을 제치고 온 게 실감이 안 난다"(이찬혁), "우리가 여기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우승했다"(이수현)고 벅찬 소감을 전한 이들은 실제로 우승에 대한 바람이나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그저 음악이 좋고, 자신들이 하는 음악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궁금해 TV 오디션에 호기심 반으로 지원했던 것. 그런데 덜컥 우승하면서 이들은 이제부터 정색하고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14일에는 'K팝스타2'의 스페셜 방송에서 이들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K팝스타 드림스테이지'라는 제목으로 방송될 이날 프로그램은 'K팝스타' 시즌 1과 2가 배출한 스타가 각 6팀씩 출연해 경연을 펼칩니다. 두 팀씩 짝을 이뤄 총 6개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미며 즐거운 '뒷풀이'를 하는 것입니다. 녹화는 지난 9일 진행됐습니다.
본격적인 고민은 그 이후 시작됩니다. 우승으로 상금 3억원과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은 악동뮤지션은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의 국내 빅3 기획사 중 한 곳을 선택해 전속가수가 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K팝스타2' 박성훈 PD는 1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은 모두가 얼떨떨한 상태이고 14일 방송도 남아있어 악동뮤지션이나 제작진이나 그다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었다"며 "일단 이번 주 방송이 나간 후 천천히 상의도 하고 고민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 PD는 "K팝스타 시즌1의 입상자들도 소속사를 정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며 "악동뮤지션도 당연히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디션에 접근했다가 생각지도 않게 일이 커져 버린 상황이라 차근차근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기획사를 택하느냐의 문제도 크지만 이들이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할 것인지도 고민이 될듯 합니다. 부모가 몽골에 있는 상태에서 남매만이 'K팝스타' 출전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할머니 집에 머물며 오디션을 치렀습니다.
몽골에서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이들은 가수 활동을 위해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 학생으로서, 10대로서 여러 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오디션 지원자가 처음부터 가수 데뷔를 꿈꾸며 도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인 것.
'K팝스타' 남승용 PD는 "악동뮤지션에게 우승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며 "그래서 현재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의 가수로서의 가능성과 자질, 상품성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이 곧 프로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실제로 순식간에 잊혀간 입상자도 많지만, 악동뮤지션은 오디션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작곡으로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어 전망이 밝다는 평입니다.
이미 50곡가량의 자작곡을 보유한 이들은 그중 '다리 꼬지마'를 시작으로 '매력 있어' '못난이' '착시현상' '라면인 건가' 등을 'K팝스타' 경연 도중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들은 모두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크리센도'는 음원차트에 가장 장시간 머물며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크리센도'를 비롯해 이들이 발표하는 곡은 모두 청소년의 마음을 대변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심플한 표현들과 건강하고 밝은 생각을 담은 노랫말에 양현석, 박진영, 보아 등 'K팝스타' 심사위원들은 매번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남승용 CP는 "악동뮤지션의 자작곡을 다 들어봤는데 정말 천재적"이라며 "특히 가사의 독창성이 뛰어나다. 시적이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청소년의 정서를 꿰뚫는 감성적인 내용들이 독보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또한 전자음, 기계적 테크닉이 가미된 음악의 홍수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복고풍의 자연스러운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공식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한 화성과 화음은 역시 음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악동뮤지션은 노래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남 CP는 "기성음악의 공식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음악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대중이 악동뮤지션에 열광했다는 것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반영된 것입니다. 기계음에 질린 대중에게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맑고 순수하면서도 파격으로 다가왔다"고 평했습니다.
박성훈 PD도 "악동뮤지션의 곡들이 모두 같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곡에 놀라운 포인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곡마다 가사, 리듬, 혹은 모든 것이 놀라움을 준다. 그렇기에 바로 데뷔를 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K팝스타' 심사위원들은 악동
박 PD는 "K팝스타를 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가 우승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악동뮤지션이 그에 딱 부합된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