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시간. 귀에 익은 실로폰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멜로디. MC 송해 형님 혹은 오빠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하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1시간여 동안 웃음과 재미를 줍니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출연진은 MC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한주간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활력소가 됩니다.
그 시간이 1시간 더 늘었습니다. 웃음과 재미, 감동도 두 배가 됐습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 얘기입니다. 영화는 TV에 출연해 노래 불렀던 이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33년 ‘역사’ 동안 방송횟수만 1650여 회, 출연자만 3만 명인 국민 프로그램. 어마어마한 숫자의 출연자 대부분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것입니다.
영화는 표면상 과거 가수의 꿈을 잊고 살던 ‘셔터맨’ 봉남(김인권)이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통해 가수가 되는 것이지만, 다른 출연진의 에피소드도 재미가 넘칩니다. 엄마와 캐나다로 떠나기 때문에 할아버지(오현경)와 이별해야 하는 소녀 보리(김환희)의 이야기는 감동과 눈물을 담당합니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은 아닙니다. 그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고, 무조건 흠 잡고 영화를 바라보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가 기획하고 제작했으니 그의 아이디어와 요구가 은연중 들어갔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신인 감독 이종필의 노력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도 몰입도를 높여가며 집중시키더니 어느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김인권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믹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의 표정과 행동들은 웃음의 뇌관을 건드리기 직전과 비슷합니다. “정신 못 차렸다”는 아내 미애(류현경)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휴대폰 판매를
사는 게 팍팍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 자신의 꿈 혹은 잠시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이 우리네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전국 노래자랑.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사진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