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에서 선대위 대변인으로 시작해서 작년 12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 때도 대변인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신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조금 전 조순형 전 의원 오신 거 보셨죠?
-네.
▶ 국회의원이 특권을 내려놓고 정치쇄신 하는 것은 의지에 달려있다고 하셨는데 이 의원님 먼저 의지가 있으십니까?
-부끄럽습니다. 일단 19대 국회가 출범한지 1년 되었는데 저희들이 선거 때는 열심히 할 것처럼 국민께 말씀 드리고선 선거 끝나고 나선 하는지 마는지 흐지부지한 인상을 드린 것에 대해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단 생각을 하고요. 남의 잘못에 대해선 추상같이 국회가 따지면서 자기 잘못에 대해선 관대한 버릇을 고쳐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조순형 전 대표님 말씀대로 저희들이 진짜 의지를 다시 가다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마침 여야의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되어서 두 분들이 의지를 밝히셨기 때문에 저희들도 기대를 걸고 보조를 맞출 생각입니다.
▶ 작은 거 하나라도 내려놓고 시작해야..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총선 때도 대변인 하셨고 대선 때도 대변인을 하셨잖아요. 초선의원인데 전국 선거 두 차례를 대변인으로 보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큰 선거 2번을 치뤘고 작은 선거까지 치면 경선이 있었고요. 4번의 선거를 대변인 치루면서 다 이겼습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대변인을 하는 동안에 사실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늘 제가 실수하면 당과 저희 후보에게 큰 누를 끼칠까봐 늘 전전긍긍하고 노심초사 하면서 지냈는데 지금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서 홀가분합니다.
▶ 대변인들께 여쭙고 싶었던 게 당론과 내 개인적인 소신이 부딪치게 되면 어떠세요?
-대변인은 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지만 지난 새 정부 들어서 인사사고가 많이 났을 때 당에서는 지도부도 가만히 계셨는데 대변인이 당 지도부만 보고 입장을 내는 것은 소극적인 대변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 우리 국민들도 모두 걱정하고 있었고 우리 당 전반에서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심을 대변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제대로 했어야 되지 않느냐 지적하는 비판논평을 낸 겁니다.
▶ 그래서 그때 총대를 메셨군요?
-그런 셈이 되었습니다.
▶ 혹시 그것 때문에 미움 받아서 잘리신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는 그 전부터 대변인 직이 너무 힘들어서 대선 이후인 올해 1월부터 저는 좀 빼 주십사 하고 줄기차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대변인을 선거후에 혼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 대변인이라도 해달라고 했었습니다.
▶ 하루에 휴대전화를 몇 통 정도 받으셨어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많이 올 땐 200여 통 받지 않았을까. 선거 과정에서요. 제 고별사에도 얘기했지만 언론인들께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회의에 들어가고 성명논평 쓰다 보면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사들은 빨리 빨리 취재를 해서 알려야 되니까요. 그래서 리턴콜을 못한 경우도 있었고, 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 조윤선 장관이 대변인할 때 그 얘기를 들어보니까요. 하루에 200~300통의 전화를 매일 소화해야 하는데 머리가 굉장히 아프다는 거예요. 휴대전화로 200~300통을 짧게 끊어지는 전화들도 아니잖아요. 기자들이 통화되면 쉽게 끊습니까. 대단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 대변인 일이라고 하던데요. 다 끝내고 나니까 아까 선거에 이기셔서 기분 좋다고 하셨는데 홀가분하시겠네요.
-어떤 직책에서 물러나면 대부분 시원섭섭하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정말 시원하고 홀가분합니다. 섭섭한 건 별로 없습니다. 그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 고별사에서 정치권에 대한 쓴 소리를 하셨는데요. 새누리당에 대한 쓴 소리도 하셨어요. 치열함이 부족하다, 영남마인드도 문제다. 무슨 말씀인가요?
-새누리당 안에 계신 분들 보면 초선 의원들도 70여명 이상이 계시지만 전반적으로 전문성과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분들입니다. 그 분들이 정책 활동도 상당히 열심히 합니다. 정책 생산 활동은 저희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민과 중산층의 삶에 대해서 저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분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에로를 덜어 들이는 일, 그런 것에 저희들이 다소 소월하지 않나, 그래서 치열함이 떨어지고 젊은 층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저희 당에 기반은 아무래도 영남이고 영남에서 공천을 받으면 선수가 잘 올라가지 않습니까. 선수가 높아지면 중요당직을 맡게 되는데 아무래도 영남 출신들이 당직을 많이 갖고 있고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려가 부족한 듯 한 인상. 민주당의 경우는 호남이죠. 그래서 영남 마인드를 깨야 우리가 말 그대로 전국 전당이 되고 지역주의를 없애는 국민대통합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선거 때마다 토론을 해보면 지금 말씀하신대로 영남마인드, 영남에 있는 중진의원들은 대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더군요? 지지층 결집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 자기들이나 그렇지 수도권은 어떡하라고. 이렇게 늘 갈등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역지사지도 해야 하고 상대편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왜냐하면 나의경험과 나의 지각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독선이 생기고 여야 간의 전쟁이 생기고 당내에서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계속 깨나가는 노력을 해나가야겠죠.
▶ 국민적 압력이 변화를 만들어가곤 있죠. 그런데 만족할만한 변화가 아니라서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성찰하고 각성해서 바꿔가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대변인 하실 때 상대 대변인이 누구였습니까?
-민주당에서 총선 때부터 했던 분은 박용진 대변인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몇 분들이 바뀌었는데요. 박용진 대변인과는 토론도 많이 했고. 그러나 사석에서는 나이가 많아서 제가 선배가 되기 때문에 박용진 대변인께 그랬습니다. ‘당신이 국회의원 될 때까진 내가 밥을 사겠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른 것도 많지만 소탈하게 소주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 분도 신사입니다.
▶ 제가 진행하면서도 민주당의 박용진 대변인이 나오면 새누리당 쪽 사람들이 조금 껄끄러워하더라고요. 논쟁을 해야 하는데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들을 하나 봐요.
-토론장에선 박용진 대변인이 저를 조금 불편해 했던 것 같습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의 100일이 다가오는데 그동안 어려운 점들이 많았죠? 앞으로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고 느끼시나요?
-솔직히 산뜻한 출발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조직개편과정에서도 여야 간에 많은 줄다리기가 있었고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여야가 사활을 걸고 싸우다시피 했었고 그래서 민생은 뒷전에 밀린 듯한 인상을 주었고요. 또 인사에서 많은 사고가 나면서 국민들이 실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이제 비로소 2,3월 국회는 정부조직개편 문제로 그랬고요. 4,5월 국회는 추경안을 다루느라 다른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는데. 이제 6월 국회가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발이 산뜻하지 못했고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 속도를 내고 분발을 하면서 정치쇄신 노력도 같이 하면서 국민들이 겪는 불편을 덜어드리고 민생을 챙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새누리당이 154석인가요?
-그렇습니다.
▶ 그런데 존재감이 없기는 몇 십 석 정당처럼 보였거든요? 앞으로 새 지도부도 들어섰는데 달라질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이번에 선출되신 최경환 원내대표, 같이 경쟁 하셨던 이주영 여의도 연구원 원장님, 두 분 다 하신 말씀은 건전한 당청관계를 가져가겠다. 여당이 여당답게 할 말을 하면서 필요할 땐 청와대도 견인하려는 당청관계를 가져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그렇게 못했다는 뜻이겠죠.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지를 받아서 당선되셨는데 말씀 그대로 잘 해나가시리라 생각하고요. 저희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저희 의원들도 도와드릴 건 도와드리고 원내지도부나 당 지도부가..
▶ 그러려면 초재선 의원들이 조금 더 용감해져야 되지 않을까요?
-저도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도
▶ 쓴 소리 하고 싶으실 땐 언제든지 여기에 나오십시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