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 바로 국민 대통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통합을 외쳤지만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이번 박근혜정부는 국민대통합이라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이 분의 어깨가 아주 무겁습니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함께 대통합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 8일 날 위촉장을 받으시고 얼마 전에 본격 출범을 하셨잖아요. 생각보다 늦어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정부 출범도 늦지 않았어요. 그동안 돌발적인 사건들도 있었고 방미, 방중을 대통령께서 하신 이유로 조금 늦어졌는데 이것이 하루 이틀로 이뤄지는 사안이 아니니까 조금 늦어진 것으로 큰 착오는 없을 거예요.
▶ 지난번 위촉장 인사 나눌 때 보니까 박근혜 대통령께서 보시는 눈빛이 아주 정감 있던데요. 동교동 인사가 박근혜정부 국민대통합 위원장에 임명되어서 그 자체가 상당한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요. 한 위원장님은 IMF 때 노사정 위원장을 하셨잖아요. 민화협 상임의장도 하셨고. 화합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어요. 위촉장을 받으시고 업무 보고도 하셨는데 어떤 점을 주로 강조하실 계획이세요?
-대통령께서 주장하시는 것은 국민화합과 통합 아닙니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대통합의 방향성. 그 중에서도 사회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세대별로나 여러 층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층에서 갈등을 극복해야 돼요. 갈등을 없앨 순 없지만 극복하는 것, 과거 불행했던 역사와의 화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민적 통합 가치를 창출해서 실천해 가는 것, 국민적 통합이라고 하는 가치 있는 목적,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전통 사회에서 서로 통합하고 공존하는, 통합 문화를 정착시키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얘기 했습니다.
▶ 대통합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서로 신뢰를 가지고 쌓아나가야 하는데 한 위원장님도 오랫동안 정치권에 계셨지만 차곡차곡 쌓아내면 정치권에서 한 순간에 뒤집어 버리잖아요. 최근에는 여러 가지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이 이뤄지는데 NLL 대화록 문제로도 지금 엄청난 충돌이 있지 않습니까. 밀리면 죽는다, 이런 게임인데 정치권의 이러한 논란과 문제를 어떻게 봐야 돼요?
-NLL 문제는 하나의 소모적인 정쟁거리밖에 안된다고 봅니다. 그 문제를 가지고 우리가 상당히 오랫동안 얘기해 온 건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국민들도 그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논평하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그것의 진부를 따지느라 너무 오랫동안 끌다 보면 국민들이 식상해 하고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NLL 문제는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데 단 종지부를 찍는데 있어서 NLL 선이 우리 영토 내에서 사수해왔고 해야 되는 하나의 생명선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여야가 합의하고 그걸로 끝내야 돼요. 그 이상 더 끌면 안돼요.
▶ 하루빨리 마무리 지을수록 국민대통합에 좋다?
-그렇죠.
▶ 정치권을 보면 소위 말해 막말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이번에도 이른바 ‘귀태’ 파문. 정치권에서 느닷없는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습니까. 이것도 화합의 저해 요인 같아요. 정치인들의 막말이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졌죠? 이것이 하나의 전통입니까?
-전통은 아니고 제 경험에 의하면 과거 군사정권과 투쟁할 때 막말이 통하는 때가 있었어요. 군사정권의 독재가 심하니까 국민들이 오죽하면 저렇게 막말하겠는가 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지금은 정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거든요. 결국 말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인격의 표현인데 소위 정치인의 말은 신중해야 되죠. 막말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건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의 영향이 커서 많은 영향을 끼치니까 대단히 위험한 거죠. 그러니까 정치인의 막말은 서로 노력해서 나름대로 윤리와 도덕적인 측면에서 삼갈 것은 삼가야죠. 막말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그렇게 되면 정치권 전체가 불신당합니다.
▶ 여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여권 안에서도 이상하게 충돌하는 모양새가 되잖아요. 친이다, 친박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법처리, 4대강 사업을 놓고서도 안에서의 갈등이 치열하잖아요.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어떤 사안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가정에도 아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어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적당한 정도의 갈등은 새로운 발전 동기가 될 수 있거든요. 갈등이 지나치면 분열이 되어서 안 되지만. 그래서 갈등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거예요. 그래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다른 의견을 서로 조화시키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가는 게 민주정당의 모습이죠. 그렇게 해내야 리더십이 있는 거죠.
▶ 정치권의 갈등이 한창이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5개월 정도 되었는데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어섰어요. 어디에서 비롯된 겁니까?
-미국의 어느 책을 보니까 소위 집권을 해서 바로 인기가 상승하는 분이 있어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2차 세계 대전 후에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인기가 올라갔고. 케네디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한테 국민이 국가에 무언가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그래서 루스벨트 대통령하고 케네디 대통령은 유형이 다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급격히 지지율을 확산시켜 나갔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서서히 인기를 만들었거든요. 거기에는 믿음이 중요한 거거든요. 제가 볼 땐 박근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라든가 그동안 해 오신 원칙 있는 대북관계라든가 대·중, 대·미 관계라든가 이런 것을 국민들이 점차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크게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지금 그런 신뢰를 회복하고 있고 국민의 그런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 역대 대통령들은 융합, 평등, 양극해소 등 누구나 화합이라는 화두를 취임사에서 던졌거든요. 한 번 취임사 얘기를 들어본 뒤에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대통합 행보를 했는지 진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VCR)
박정희 대통령- 대망의 70년대를 향한 중대한 시기임을 급히 명심하고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통일 조국을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간의 불신도 문제지만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남북 간에 교류 협력이 이뤄질 경우 우리는 북한이 미국, 일본 등 우리의 우방국가와 국제기구와 교류 협력을 추진해도 이를 지원할 용의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역 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서 새 정부는 지역 간 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 화합, 대통합을 어떤 대통령이든 간에 외쳤습니다. 한 위원장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모셨고 지금 새 정부에서도 함께 일하고 계신데 현직을 빼고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국민대통합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은 어떤 분입니까?
-국민통합을 위해서 가장 노력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분은 역시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을 김대중 대통령 재임시절에 건립하도록 했습니다. 대단한 결단이거든요. 그리고 박근혜 대표께서 동교동에 찾아가실 적인 2004년 8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과를 받으시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자기 아버지 시절에 겪은 여러 가지 고통에 대해서 사과를 하셨거든요.
▶ 그때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죠?
-그럼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감동을 받으셨죠. ‘살다보니까 이런 일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고. 대통령까지 재직했지만 동서화합을 못한 것이 있어 한스러운데 이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가 박근혜 대표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런 예를 보더라도 소위 국민화합을 위해서 가장 애를 많이 쓰시고 성과가 있던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었다고 봅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을 지금 한광옥 위원장이 실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도 볼 수 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 역대 대통령마다 통합을 하기 위해서 커다란 과제가 있었을 겁니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도농 격차.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컸잖아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마을 운동 등 여러 가지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우리가 살기 가장 어려운 때였고 1960년대 우리 GDP가 개인당 80불 정도밖에 안되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잘 살아보자 하고 국민을 각성시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셨죠.
▶ 당시 지역 갈등이 그때 비롯된 거 아니냐. 그런 지적들도 있었어요. 그때 지역 문제는 어땠어요?
-지역 문제가 없지 않아 있었죠. 예를 들어 소위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까 지역 간 갈등이 있었죠.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그 다음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면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 공과 과가 있는 거죠?
-그렇죠.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념갈등. 실제로 당시 5.18이라는 민주화 항쟁을 시발로 해서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굉장히 치열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이념 갈등이 표출되었는데 그 시대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전두환 당시 대통령 때 우리가 극렬히 투쟁했거든요. 제가 민추협 대변인으로 있을 때 전두환 정권에 투쟁하다가 나중에 감옥에 갔습니다만 이 분이 한 것은 이념도 이념이지만 정권에 대한 부당성, 국민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강압적인 조치에 대해서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가장 강력하게 할 때가 이때인걸로 기억합니다.
▶ 아직 추징금 환수 문제가 남았잖아요. 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지금 사회 문제화가 되고 있잖아요.
-추징금은 국회에서 연장하는 법을 했죠. 추징금은 법대로 해서 국민들에게 다시는 어느 대통령도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모델을 만들어야죠.
▶ 당시 비서실장을 하셨잖아요. 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추징금 문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까?
-그때 못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노력을 했죠. 그런데 그것이 잘 안돼서..
▶ 워낙에 꼭꼭 숨겼던 겁니까? 아니면 적당히 찾은 겁니까?
-그것을 제가 알 순 없고.. 하여간 법대로 환수되는 게 원칙입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문제.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죠. 남북 간에 대치, 갈등에 대해서 한 걸음 나아가는 노력을 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햇볕정책을 놓고 진보와 보수 간에 엄청난 갈등이 있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제가 볼 땐 햇볕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말을 바꾸면 대북 포용 정책입니다. 북을 포용하지 않고 우리가 어떡하겠다는 거예요. 거기에 대해 여러 시비가 있는데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 정책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론 모르겠지만 나는 대북 정책 포용 자체는 옳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해방되고 난 후에 남북이 갈라지지 않았습니까. 여기서부터 민족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거든요. 우리 민족이 우리 나름대로 생각할 때 긍지를 가지고 살아야 되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베트남, 예맨, 한국, 분단 4개국이 있는데 3개국은 통일이 되었어요. 무력이든 흡수든 간에.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 민족의 숙원 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수치입니다. 이것을 풀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북한보다는 경제력이 앞서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포용해서 조금씩 베푸는 것은 좋다,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 있어야 된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원칙을 주장하시더라고요.
▶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와 햇볕 정책은 확연히 다른 겁니까? 같은 맥락인가요?
-다른 게 아니죠.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 전에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에겐 원칙이 있습니다. 통일 방향의 원칙이 있어요.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해서 북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설득해나가는, 인내하면서 통일하는 방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죠. 독일통일도 동독 국민이 베를린 장벽에 왔지 동독 정권이 한 것은 아닙니다.
▶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세대 갈등. 당시 386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나름대로 세대 충돌 문제가 있었죠. 그 시절은 어떻게 보세요?
-많이 노력하신 분인데 역시 나름대로 노력한 것에 비해 오해의 소지가 많은 정권이었죠. 저는 특히 노무현 정권에 대해선 길게 말씀드리고 싶진 않고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정권이든 간에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고쳐나가는, 역사 발전을 이뤄가는 자세를 가져야지 잘못된 것만 가지고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역사를 퇴보시킬지 모르지만 진보시키긴 어렵습니다.
▶ 공과는 분명히 있고 잘된 점을 계속 승화, 발전시키는 것?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에요. 긍정적으로 보는 분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의 정도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상당히 커지는 거예요.
▶ 제가 보기에 이번 박근혜정부에서 대통합 방점은 우리 한광옥 위원장께
-저는 저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따름이고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것밖에 없습니다.
▶ 오늘 위원장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