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우리 국토의 서쪽 끝, 북한땅과 맞닿아 있는 백령도는 늘 긴장감이 흐르는 곳인데요.
하지만, 외딴 섬만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힐링을 위한 이색 여행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정석 기자가 안내해 드립니다.
【 기자 】
인천을 떠나 대청도와 소청도에 잠시 들른 배는 4시간 만에 백령도에 도착합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 사이로 백령도의 신비로운 자태가 펼쳐집니다.
북한땅이 코앞이지만, 바닷가 풍경은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기만 합니다.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뒷모습에선 남북의 이념이나 전쟁의 위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섬 전경은 물론 북한땅도 한층 가까워집니다.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용기 원산 전망대)
- "이곳은 백령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용기 원산 전망대입니다. 제 뒤로 북한 황해도 장연군과는 불과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안개가 많이 끼는 여름철이라 선명하진 않지만, 북녘의 산하가 물결 치듯 아른거립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애달픔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석양이 지며 섬과 바다에 온통 붉은 물결이 넘실댑니다.
▶ 인터뷰 : 정원석 / 서울 금호동
-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다는 걸 처음 봤습니다. 다른 전망대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데 여기는 조용하고 전체가 다 보이고 해무도 상당히 좋아서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천안함 46 용사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
지난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임무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한 바다를 등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향을 올리는 손길에 엄숙함이 묻어납니다.
▶ 인터뷰 : 장희순 / 인천 연수구
- "말만 듣다 와보니까 마음도 숙연해지고 대한민국 아들들이 땅을 지키는 거 보니까 맘이 뿌듯하고, 앞으로도 젊은 친구들이 지키는 걸 보니까 마음 든든하고 그렇습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을 만나기 위해 배에 오릅니다.
무리지어 서 있는 장군들을 닮아 이름 지어진 두무진은 그 이름에 걸맞게 웅장한 위용을 드러냅니다.
기암괴석이 줄지어 선 모습에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선대암과 촛대바위 등 신의 웅장한 작품 아래로 가마우지와 점박이 물범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 인터뷰 : 폴리도로 / 이탈리아
- "여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안 가는데 제가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두무진이 제일 좋았어요. 길과 돌이 아주 아름다웠어요."
두무진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은 걷기.
한적한 오솔길을 지나면 두무진의 속살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두무진)
- "이곳은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두무진입니다. 남북한 대치상황에도 이곳은 한없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월,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작품 앞에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사그락 소리가 울립니다.
콩알처럼 작은 돌멩이들이 지천으로 깔린 콩돌해변, 돌들의 색깔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너무 예뻐 한 주먹 퍼가고 싶지만, 해안 자체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참아야 합니다.
바로 옆 사곶해안의 넓은 백사장을 시원스레 내달립니다.
차바퀴가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을 만큼 단단합니다.
세계에서 2군데밖에 없는 해변 비행장으로,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장로교회 중 두 번째로 세워진 중화동 교회.
1898년 개화파 정치가 허 득이 설립한 것으로, 바로 옆에는 백령도의 선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백령기독교역사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100년 넘게 교회를 지켜온 녹슨 종도 이제는 무거운 짐을 덜어내고 안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교회 입구에 서 있는 연화리 무궁화 나무는 얼핏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궁화 나무입니다
높이 6.3m, 수령 100년 안팎으로, 천연기념물 521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귀한 몸입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백령도.
민족 분단의 아픔을 위로하듯 오늘도 처연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MBN 뉴스 이정석입니다. [ljs730221@naver.com]
영상취재 : 이정석 기자
영상편집 : 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