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들 때 쓰이는 각종 조미료나 식재료들은 보관하기가 까다롭고 복잡한 냉장고 안에서 찾아 쓰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주부들의 고충을 덜어낸 제품을 개발한 CEO가 있습니다. 바로 제이엠그린의 이정미 대표입니다. 그녀는 냉동보관용기 ‘알알이쏙’을 개발해 많은 주부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단순한 용기지만 적당량의 음식물을 덜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제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한 그녀의 이야기를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직접 만나 들어보았습니다.
Q.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면?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 제가 살던 좁은 시골을 벗어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곧바로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해 서무 업무를 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이 운영하던 가방 하청업체 공장의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기술이 되었든 서무가 되었든 간에 서투르지만 남편의 사업을 도우며 조금이나마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의 값싼 인력이 급부상하면서 그들에게 주문이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장의 일거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 뒤 어려워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꿩 사업도 해보고 다시 한 번 가방 하청업체 사업도 해보았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과감히 하던 일을 접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재기를 위해 수도권인 용인으로 올라왔습니다. 동네에 있는 전자부품 공장에 취직해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했습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기에 정신없이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Q. 발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브래지어로 인해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고 땀이 차기도 했습니다. 불편했던 저는 브래지어 구조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고 하나씩 다 뜯어보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마치 고무공을 자른 것처럼 공기가 통하는 구멍이 없었고, 땀이 배출될 수 있는 구멍조차도 없었습니다. 불편함을 참을 수 없었던 저는 통풍이 되는 구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통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브래지어 안에 있는 패드에 구멍을 내고 겉 부분은 바람이 잘 통하는 원단으로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렇게 방법을 떠올린 다음 제가 생각한 모양의 패드와 브래지어를 디자인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변리사를 찾아가 아이디어 상품화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았고, 희소성 있는 아이디어와 쉬운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출원에 대한 가능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특허를 신청했고, 약 5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특허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까치나 참새 등 조류 피해로부터 시설물이나 농작물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기기인 조류퇴치기 아이디어를 떠올려 특허를 얻기까지 하는 등 발명에 대한 경험을 점점 쌓아갔습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의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런 저런 발명을 하다 보니 발명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나만의 사업이 하고 싶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 나서는 한편 평범한 가정주부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살림을 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될 만한 것을 항상 메모하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발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요리를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다진 마늘을 꺼내 요리에 쓰려고 했는데 상온에 놓아두니 녹으면서 서로 달라붙는 바람에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번거롭고 불편함을 느낀 그 순간 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주부들이 겪는 불편함을 제품화로 시키면 사업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발명의 과정은 어땠나요?
양념을 한 번에, 손쉽게 덜어 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최적일까 고민했습니다. 반찬 통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다양하고 많이 담을 수 있도록 칸을 늘리면 어떨까 싶어 직접 실험해보았습니다. 우유 곽 등을 잘라보고 붙여본 다음, 양념을 넣어보고 얼려보는 실험 끝에 떠올린 것은 냉동실에 들어가는 얼음 틀이었습니다. 육각형으로 홈이 깊게 파여 있고 그 모양이 작은 반찬통을 여러 개 붙여 놓은 듯한 형태여서 넉넉히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얼음 틀 모양을 기본으로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며 제품을 구상했습니다. 양념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계량스푼을 이용해 정확한 눈금을 표시하고, 주부들의 평균적인 손 크기에 맞춰 사이즈를 정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내용물을 간편하게 빼기 위한 누르는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해결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없으셨나요?
틀에 내용물을 넣었을 때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적당한 재질로는 말랑말랑한 실리콘 재질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재질로 테스트를 해보니 음식물에 실리콘 색깔이 스며들고, 흐물흐물한 탓에 많은 양을 담으면 휘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실리콘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새로운 재질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자료조사를 하던 어느 날, 불현듯 빨아먹는 아이스크림이 떠올랐습니다. 밑 부분에 가라앉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는 밑 부분을 누르면서 아이스크림을 위로 끌어올려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빨아먹는 아이스크림 통을 만드는 재질이 무엇인가 알아보았더니 폴리에틸렌이라는 재질이었습니다. 말랑말랑한 재질인데다가 무독성이기까지 해 식재료를 담는 소재로써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재질로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를 해보았더니 음식물에 색깔이 배지 않았고 많은 양을 담더라도 휘어지지 않았습니다. 성능을 확인한 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생활용품 전시회에 참석을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품화에 대한 확신을 얻고 난 뒤 제품 제작을 담당할 업체를 찾아다녔고, 한 업체와 계약을 맺은 후 마침내 제품 제작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제품 제작 후 회사를 설립하신 건가요?
제품 개발이 끝나는 동시에 곧바로 ‘제이엠그린’이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제품 이름은 잘 빠지는 특성을 살리되 외우기 쉽도록 ‘알알이쏙’으로 지었습니다. 그런 다음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홍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 수단으로는 온라인이 제격이니까요. 소비자 체험단을 모집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HIT 500’이라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체험단을 모집했습니다. 그들이 체험 후기를 올리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알알이쏙’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덕분에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에 입점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Q.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존에 출시된 제품은 ‘소’ 사이즈 하나였습니다. ‘소’ 사이즈는 양념과 같은 적은 양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크기가 큰 재료들도 담을 수 있도록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출시되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추가 사이즈 제작에 나섰고, ‘중’과 ‘대’ 사이즈 등 총 4가지의 사이즈를 추가로 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4억 원이라는 매출을 거둬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들이 그렇듯 ‘알알이쏙’이 인기를 얻자 모조품이 등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여러 갈래로 분산되었고 저는 점점 위기감을 느껴갔습니다.
Q.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취하셨나요?
어떻게 일구어 온 사업인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조품이 판을 치는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넓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전 세계 웬만한 나라에서는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고, 요리를 하거나 살림을 하는 주부들이 있으니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각종 상품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미국, 이스라엘, 호주, 말레이
Q.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생활 속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알알이쏙’을 개발한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삶을 조금 더 편리하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