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국방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불온서적을 지정해 논란이 됐었는데요.
이번엔 불온곡을 지정해 노래방기기에서 삭제하도록 해 또다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전통 민요 아리랑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군요.
박통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시내 한 노래방.
노래 반주 기기에 아리랑을 입력하자 국방부 요청으로 삭제된 곡이라는 문구가 뜹니다.
또 다른 노래방.
모니터 화면 아래 국방부 요청으로 삭제된 특정 노래를 선곡하지 말라는 문구를 붙여놨습니다.
▶ 인터뷰 : 노래방 주인
- "윤도현 노래인데, 국방부 요청으로 삭제된 노래가 있는데…. 번호만 나오고 재생은 안 돼요."
국방부가 삭제 요청한 곡들은 군부대로 들어가는 노래방 기기는 물론, 시중에 유통된 일부 기기에서도 선곡이 안 됩니다.
▶ 인터뷰 : 반주기 제조업체 관계자
- "군부대는 특정 곡들을 삭제할 수가 있어요. 군부대에서 사용했던 것일 수도 있고…."
국방부가 삭제하도록 요청한 이른바 '불온곡 리스트'를 직접 입수해서 확인해봤습니다.
삭제 요청곡은 모두 50여 곡으로 '우리의 소원'과 '그날이 오면' 등 대부분 평화나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입니다.
여기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비롯해 전통 민요도 4곡이나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방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합니다.
▶ 인터뷰(☎) : 국방부 문화정책과 관계자
- "전혀 모르겠어요. 저희가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모르겠습니다. 부대별로 뭐가 있었는지는."
▶ 스탠딩 : 박통일 / 기자
- "군대에선 우리 민족의 자랑 아리랑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은 안녕하지 못한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