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류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서울 시내는 숙박 부족 얘기가 나오고 숙박 활성화 정책이 이어지며 기업과 투자자들은 부동산이 결합된 게스트하우스와 레지던스(비즈니스호텔) 사업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관광업계의 베테랑 전문가인 김홍열 대표, 20년 넘게 여행업계에 몸 담아온 베테랑 관광 전문가인 그를 통해 관광과 한류의 모든 것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2년전 임원으로 잘나가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여행마케팅 & 숙박개발 운영 전문회사를 창업한 김 대표는 케이팝 하우스라는 숙박 전문 브랜드를 통해 외국인대상 레지던스 & 게스트하우스를 서울 시내 약 5곳을 성공적으로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
2년 내 10개까지 숫자를 늘려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 관광의 미래 경쟁력을 확신하면서도 변수가 많은 관광업계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경계했습니다.
관광업은 경제, 문화 등 전반적인 사회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한 진입 그리고 그에 기반한 홍보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관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한국은 1989년부터 법적으로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죠. 저는 그때 고등학생이었고, 외국서적을 통해서만 보던 외국인들이 88올림픽 경기장을 가득 채운 것을 보면서 신기해 하며,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올 수 있구나! 외국인들이 한국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 시작했죠.
대학교 2학년때 나홀로 60일동안 유럽여행을 무작정 계획했습니다. 90년도였으니까 지금처럼 숙박, 교통 등 일정을 다 관리해주는 편리한 패키지 여행 상품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항공 티켓과 두꺼운 여행책자만 가지고 여행을 떠났죠. 숙소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나라를 이동하면서 여행했습니다. 언젠가 동독, 서독에서 온 친구와 모여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만남은 인생 한번 오기 힘들 겁니다. 대학시절 60일의 배낭여행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여행에 대한 직업으로의 구체적인 꿈을 현실적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카드 여행 사업부에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전국의 여행지, 숙박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여행 상품을 기획했습니다. 마침내 탄생한 여행 상품이 새해맞이 정동진 일출 테마여행이었죠. 처음에는 일출 여행에 대한 반응이 그 정도로 뜨거울 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예약전화가 빗발쳤고, 전량 매진되었습니다. 국내여행 기획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은 발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컨텐츠가 무궁무진합니다.
그 다음으로 국내 최초 온라인 여행사인 투어익스프레스에서 전문 온라인 여행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와서는 관광시장도 온라인 트렌드를 타기 시작했죠. 지금은 온라인, 오프라인 여행사를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여행사들이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활용하여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인터넷으로 여행상품을 마케팅 하려했던 투어익스프레스는 획기적인 시도를 한 것이었죠.
그 당시 개발팀과 함께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최초의 여행마케팅 툴 ‘제주여행만들기’ 와 결제까지 가능한 국내선 항공 어플을 만들었습니다. 제주여행만들기는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 상에서 숙박, 항공, 렌터카, 관광지 입장권을 결합시켜 구매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고, 항공 어플은 국내 최초로 4개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 진에어) 의 국내선 실시간 예약 및 결제까지 가능한 어플앱이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주여행상품을 직접 만들고, 핸드폰으로 항공권을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 관광업계의 큰 이슈가 된 거죠.
이 밖에도 호텔, 리조트, 팬션, 항공, 골프, 캠핑 등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사업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했고, CRM, 법인 영업에서 책임자로써 프로젝트를 맡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관광업계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꿈을 잊지 않고 있었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관광마케팅 분야에 경력을 쌓으며 타이밍을 기다려 온 것이 2012년이었고, 그 때 회사를 정리하고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서 쌓아온 20년 여행 마케팅 노하우와 한류 시장을의 가능성을 믿고 뛰어들었습니다. 적합한 입지 선정이 굉장히 중요한데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그런 입지를 찾는 것은 부동산 중개업소의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건물들은 직원들과 함께 모두 한 달 이상 걸어 다니면서 직접 확인한 건물입니다. 더불어 경쟁사가 될만한 숙박시설과 객실료, 주변 관광지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브랜딩과 관광 홍보, 마케팅은 자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현장에 투입할 적합한 인력을 모으고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재무와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사무실 직원들도 처음에는 지점에서 관광객을 직접 만나 안내를 했었고, 지점 객실이 모두 만실인 날에는 객실 청소도 스텝들과 함께 했습니다. 현장에 나가보니, 관광객들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부터 객실 내부에 보완해야 할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 3호점인 명동2호점과 4호점인 충무로점을 오픈했습니다. 명동2호점은 주변 상권과 관광지, 관광객들의 특성 그리고 건물의 특징을 분석하여 미니호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충무로점은 앞으로 K-POP HOUSE의 상징성을 띌 수 있도록 건물 입지 선정과 객실, 내부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지요.
케이팝 충무로 4호점을 열고 나서부터는 투자자 분들의 문의도 늘어나고, 외국인들의 후기가 긍정적이다 보니 빠른 사업확장을 위해 프랜차이즈 형식의 사업 형태 제의도 받습니다. 사업 확장 속도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해야겠죠. 하지만 현재까지는 케이팝의 컨셉을 유지하고 각 지점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직영점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앞으로 좋은 투자자와 매물 조건이 있다면 프랜차이즈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더불어, 브랜드를 잘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케이팝 게스트하우스, 케이팝 레지던스 브랜드의 상표 등록과 서비스 출원을 하고 어떻게 브랜드를 알릴 것인가에 고민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직접적인 광고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허출원을 하고 나서 싸이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예상치 못하게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사람들한테 자연스럽게 알려졌기 때문이죠. 이미 관광객들은 케이팝이라는 단어를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숙박예약사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름이 노출될 뿐이죠. 한류열풍을 통해서 케이팝이라는 단어는 외국인을 주목시키고 호기심과 친근감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노출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케이팝 하우스의 컨셉은 숙박시설의 가격 거품을 빼고, 핵심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교통과 관광지와의 접근성을 고려한 장소에 위치한 숙소에서 깨끗하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여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와 비즈니스 호텔 등에 대한 전망은?>
-주 5일제가 시작되었던 10여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서울 근교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팬션짓기 붐이 대단했습니다. 주 5일제도 국내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멋진 팬션으로 여행가는 게 유행이었죠. 그래서 팬션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쏟아졌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났으니 자연스럽게 가격, 시설 경쟁이 격화되었죠. 한 예로, 그 당시 뒤늦게 팬션 열기에 합류한 사람들이 팬션을 짓기 시작해서 2003년도에는 전국적으로 1,500여개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팬션 열기는 곧 잠잠해졌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팬션을 찾지 않고, 국내 고급 콘도와 호텔 그리고 저렴한 상품의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재 팬션의 천국인 가평은 500~600개의 매물이 나와있습니다. 거품이 꺼지고 나니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거죠. 팬션 열기에 한 몫 하신 분들 중 대부분이 은퇴를 하셨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었죠. 지금도 비슷합니다.
“은퇴하면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비즈니스 호텔이나 볼까” 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법이 없습니다. 게스트하우스와 비즈니스호텔도 가격경쟁, 시설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트렌드가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컨셉, 타겟에 정확히 맞춘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나쁜 시장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고,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는 시장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관광산업의 미래는?>
한국관광은 보여주지 않은 컨텐츠가 무궁무진합니다. 수익만을 생각한 덤핑관광, 저가 패키지 관광을 통해 보여진 한국관광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 노출되지 않은 다양한 모습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여행의 가치,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관광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