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긴장한 기색 없이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이어 사진 촬영을 위해 손을 흔들어줄 것을 요청받자,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거나 테이블 위에 놓인 명패를 들어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번 내한은 그가 생애 처음 연출에 도전한 영화 '워터 디바이너'(28일 개봉)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연기하면서 계속 연출을 꿈꿨다. 훌륭한 감독과 작품을 하면서 연출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연출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가 아니라 이 작품이다. 전율이 오는 내러티브는 제가 연출을 하도록 이끌었다”고 했다.
다음은 국내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모국(호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국은 자녀와 가족이 있는 곳이다. 내 삶의 동력은 가족이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4살때 호주로 이민을 갔다. 14살때 다시 뉴질랜드로 가서 21살때 호주로 갔다. 호주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번 영화는 1차대전때 영국으로 인해 호주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호주 청년들이 많이 죽게 되는 역사를 다뤘다. 당시 호주는 인구가 많지 않아 큰 타격이었다.
-함께 작업한 감독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리들리 스콧과 5개 작품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지적으로 창의적으로 잘 맞는다. 우리는 맨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 아니다. 우리는 토론하고 의논할뿐이다. 리들리 스콧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하라고 언제나 얘기한다. 촬영장에서 2년간 그와 함께 지냈다. 그 외에도 론 하워드 등 여러 감독과 작업하면서 내가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할 것을 배웠다.
-실제 어떤 아빠인가
▶자녀들이 모든 상황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아빠이고 싶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떨어져있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촬영장에 같이 있었다. 지금은 애들이 커서 함께 못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이 온전해지기 원하며 그들이 창의적이고 올바르게 자라길바란다. 이번 영화는 부성애에 대한 것이다. 한국은 가족을 중요시한다. 작품에선 세 아들의 아버지가 자녀의 유골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전쟁으로 인한 상실을 관객들이 많이 공감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당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밴드 시절 수천번 록앤롤 공연을 했다. 당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시드니 공원에 갔다. 솔잎을 치우고 내가 원하는 소원을 쓰고 솔잎을 덮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그때는 '새벽에 일어나는 배우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제가 나의 성공 원동력이다.
-당신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크로싱'이다. 내가 10살때 럭비를 하다가 치아가 빠졌다. 그때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치아가 없어 나중에 배역을 받기 어려웠다. 당시 조지 오글비 감독을 만나서 내가 왜 치아가 없는지를 설명했는데 감독님이 이해를 해줬다. 그리고 우리 작품 주인공은 앞니 두 개가 다 있다면서 치아를 치료하기를 권유해서 배역에 맞게 나를 변화시키게 됐다.
-연기 원칙은 무엇인가
▶디테일, 협력하는 태도, 집요한 노력이다. 연극 배우는 철저하게 준비해야한다. 역사공부든 대사 암기든.
-이번 작품에서 연기가 전작과 다른점은?
▶품 시작하면서 습관적으로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잘될거야”라고 했고, 론 하워드 감독은 "연출과 사랑에 빠질거야"라고 조언했다. 다 도움이 안됐다. 오히려 벤 스틸러가 도움됐다. 연출을 하다보면 자신의 연기에 신경을 못 쓰게 되는데 주연인만큼 나의 연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호러 감독 일라이 로스는 연기한 25년의 커리어가 도와주는 게 아니고 아버지로서의 심정이 도움이 될 거라면서, 모든 스테프들이 개인의 욕망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버
-차기작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촬영 계획은.
▶한국 촬영 계획은 없다. 베트남 전쟁때 피난민이 9미터나 되는 어선을 타고 호주로 오는 '해피 레퓨지'라는 영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아시아에서 촬영하려고 한다.
[이선희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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