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큼 작은 이국적인 풍경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경주 소나무가 남성적인 기를 뽐내며 공간을 압도하고 있다. 바로 사진 작가 배병우(65)와 마이클 케나(62)의 2인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그들 만남부터가 화제가 됐다.
이번 주말 개막하는 이 전시의 이름은 '흔해빠진 풍경사진'전. 그러나 사실 흔치 않은, 이색 전시라 할 수 있다.
이름부터가 묵직한 배병우와 마이클 케나라는 동서양 사진 거장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여러 곱씹을 만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60대인 배병우와 케나는 각각 한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다. 배병우는 한국 소나무를 30년 찍은 대가이고 케나는 영국 리버풀의 공장과 산업 시설물에 시적인 서정성을 부여해 유명세를 탔다.
이번 전시에서 배병우는 경주 남산 소나무를 찍은 120호짜리 대작 3점을, 케나는 파리 세느강과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의 샤토 로칠드 포도 밭, 브르곤뉴 지방의 시골 마을, 그리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니스 해변 등 20여점을 걸었다.
케나가 먼저 유명해졌지만 둘의 공통 분모는 의외로 많다. 영국의 팝 가수 엘튼 존이 둘 모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소한' 공통점에서 흑백 사진을 주로 찍는다는 점, 장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작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둘은 또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30년이 넘도록 한결 같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만을 사용한다. 더욱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 사진 가운데서도 유독 풍경 사진, 그리고 나무를 집중적으로 렌즈에 담는다. 흑백 사진의 깊은 침묵에서 우러나오는 명상과 치유의 힘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화제가 됐던 풍경사진 저작권에 대해 두 작가가 합심했다는 것도 그렇다.
케나는 최근 '솔섬'을 촬영한 자신의 작품 저작권을 주장하며 대한항공에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작가들의 고집은 여전하다. 케나처럼 자신의 소나무를 모방한 유사 작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배병우는 "창작자들의 권리와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을 '흔해빠진 풍경사진'이라고 한 것도 "자연 풍경 사진은 누가 찍어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라는 한국 법정 판결에 대한 반어적인 수사법이다.
전시장 입구에 가장 먼저 걸린 작품은 풍경사진의 대가인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을 오마주한 마이클 케나의 작품. 그 제목이 '브레송의 1993년작에 대한 오마주'다. 논문에서도 출처를 명기하듯, 아이디어를 얻은
※문의=(02)738-7776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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