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영은미술관에서 제1호 레지던시를 선보였다. 그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창동 스튜디오를 2002년에, 2004년에는 경기도 고양창작스튜디오를 열었다. 금호미술관 역시 2005년 경기도 이천에 금호창작스튜디오를 선보이면서 국내 레지던시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지금은 수십여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어 희소성이 덜하지만 어떤 레지던시를 거쳤느냐도 작가에게 중요한 경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금호창작레지던시 경쟁률은 매년 수십대 1이 기본이다.
금호미술관이 창작스튜디오 10년을 맞아 기획전 '주목할 만한 시선'전을 연다. 지난 10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자는 의미다. 금호창작스튜디오는 각각 15평 내외의 총 9개 작업실을 운영한다. 1년 단위로 입주할 수 있으며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한하며 만40세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이 있다. 현재까지 심사를 거쳐 총 10기에 61명의 신진작가가 금호창작스튜디오에서 배출됐다.
61명 가운데 교수와 미술평론가, 학예연구사 등의 추천을 받은 10명이 전시에 참여한다. 송명진(1기), 지희킴(3기), 박상호 정기훈(5기), 송유림(6기), 이재명(7기), 유목연 황수연(8기), 김상진 김수연(9기)이다. 아직까지 '오늘의 작가상'을 받을 만큼 명성을 얻은 작가들은 없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작가들이다.
전시는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7개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1층에는 밀폐된 큼지막한 유리관이 있는데 그 안에 다양한 꽃들이 숨쉬고 있다. 꽃들 속에는 공기 청정기가 놓여 있는데, 어쩐지 이 청정기가 돌아가고 있다. 공기 청정기가 악취만 빨아들일 것 같다는 인식을 깨고 꽃 향기에도 반응하는 것이다. 작가 김상진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온 인식체계에 물음표를 던진다. 유목연은 두 명이 경쟁적으로 시합을 벌이는 탁구대가 아니라 셋이서 평화롭게 탁구를 즐기는 신개념 탁구대를 선보인다. 관람객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정기훈의 작업은 흥미롭다. 직장인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것처럼 작가는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8시간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한다. 이를 통해 숟가락 가운데가 구멍이 뚫리고 소주병이 소금처럼 고운 가루가 된다. 기다란 못은 몽당연필처럼 작아진다. 작가가 8시간 수고한 결과물을 전시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피식 나온다. 작가는 자조적으로 예술이 반복 노동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묻는다.
다소 무의미해보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은 황수연의 작품에서도 엿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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