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몇 해 전, 한 모바일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게임을 모티브로 한 시가 공개되며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바로 ‘시팔이’ 하상욱의 시 ‘애니팡’이다. 이후 대중과 공감대 형성을 성공한 하상욱은 인기스타 반열에 오르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처음부터 연재를 할 의도는 없었어요. 제 공간에 제가 쓴 글과 찍은 사진들을 올리던 중에 재미삼아 시를 올리게 됐죠. 그래서 대중의 반응이 커졌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그는 자신의 인기와 성공에 대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하상욱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닌 ‘우연히 시작된 일’이라 설명했다. 운명처럼 시작된 일이지만, 그는 어느덧 스타 아닌 스타가 됐다. 방송 출연 제의도 이미 수십 차례나 받았으며, 라디오에 고정 출연을 한 경험도 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콘텐츠는 여전히 ‘핫’하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걸로 훈계를 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아픈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희망을 모두 이야기하지만 글의 강도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니까. 같이 반성하고, 웃고, 고민해볼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늘 강조하는 게 있거든요. 저는 제 이야기를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라고. 잊고 살아가던 고민들을 주제로 던져 놓으니까 그 부분을 좋아하는 느낌도 있어요”
“일상의 모든 것이 제 시의 소재에요. TV, 인터넷과 같은 매체가 되기도 하고, 제 과거의 기억들이 되기도 하죠.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 자체가 담겨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전 단순히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아요. 제 창작 목적을 ‘개그’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저는 단 한 번도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글을 쓴 적은 없어요. 어떤 글을 쓰든 간에, 의미가 있어요”
그의 시는 분명 대중이 학창시절 분석하고 외웠던 시들에 비해 쉽다. 그러나 그의 시가 쉽다고 해서 생각의 여지마저 차단하지는 않는다. 최근 공개한 ‘층간소음’ 역시 마찬가지. ‘위에서 하는 / 일이라고 / 무조건 참고 / 살기에는’이라는 내용의 시는 누가 보더라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상욱은 “사실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보기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긴 한데, 대한민국의 현재 고민을 말하고 싶었어요”라고 창작 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요. 언어에 대한 고민이죠.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글을 쓰는 게 몰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만든 디자인의 틀 안에 넣으려는 것이죠. 그래서 제 글을 옮길 때 억지로 띄어쓰기를 바르게 고치는 것들이 정말 싫어요. 제 시는 한글이기에 탄생할 수 있는 콘텐츠에요. 동일한 글자수, 조사 한 두 개로 달라지는 의미. 이런 것은 한글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죠”
‘생각할 수 있는 글’이 좋다고 말한 그지만, 하상욱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곳이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상욱은 ‘안자면 이리와 좀 안자’와 같은 시를 통해 여심을 제대로 녹이기도 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시를 일부러 쓰기도 했어요. 저도 남자니까, 여자들이 좋아해주는 게 좋잖아요. 노리고 쓴 것도 있죠. 그리고 그런 류의 시를 쓴 후부터, 여성들의 시각이 달라졌어요. 이전까지는 강연을 갔을 때나,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저를 향한 시각이 ‘웃긴 사람’이었다면, 여심을 자극한 후로는 ‘설레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변했더라고요”
“TV 출연을 자제하는 것이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사실 고정 예능 제안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수십 번도 더 받았죠. 그런데 TV 출연을 한 후에 저를 향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되었어요. 자신이 없었죠. 게다가 ‘하상욱’이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소모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몇 번의 게스트 출연을 제외하고는 방송 출연을 최대한 자제했죠. 그런 결정이 제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화려하고 돋보이는 ‘셀러브리티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가 택한 ‘오버하지 않는 하상욱’은 대중에게 제대로 어필됐다.
“셀러브리티의 삶을 살지 않는다고 했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알아요. 시상식에 초대받는다거나 방송 출연을 하는 일. 제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없었을 일이니까요. 과거와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담아서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라는 글을 쓰기도 했어요. 그건 정말 온전히 제 마음이에요”
평범한 직장인이던 하상욱은 어느덧 많은 부분을 주목받는 사람이 됐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지만, 모두에게 찾아오지는 않을 특별한 삶. 갑작스레 찾아온 특별한 순간이 그에게 부담이 되거나 짐이 되지는 않을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해요. 우리는 특별한 삶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특별한 삶은 누구에게나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죠. 반대로 특별한 삶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돌아가려고 해도 그게 안돼요.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질 않으니까. 그래서 지금의 제게는 평범한 삶이 동경의 대상이에요. 막연한 그리움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지금의 생활이 두려울 때도 있어요. 직장인이던 시절에는 어려움들이 찾아와도 예상되는 것들이었어요. 금전적 문제라든가 직장생활 같은. 그런데 지금의 어려움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지금의 저는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거든요. 함정이 숨어있는 인생이죠”
함정이 숨어있는 인생.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만 하상욱에게는 특히 그랬다. 몇 편의 글로 인해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기 때문.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그의 시와 글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글을 언제까지 쓰면서 살 지는 모르겠어요. 영원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직업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죠. 다음을 계획하다가 지금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 충실 하는 거죠. 대중에게는 호감 가는 똘똘이 정도로 기억되고 싶어요. 지식인, 지혜로운 성인이 아닌 불편하지 않고 매력 있는데, 들을만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를 돌이켜보게 되는 계기를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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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상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