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퍼콜린스 출판사는 오는 7월 14일 '앵무새 죽이기' 이후 단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은 유명한 은둔 작가 하퍼 리(88)의 55년만의 신작을 출간한다고 3일 발표했다.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속편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의 출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출판사와 에이전트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 책을 펴내는 출판사에 전 편의 판권도 함께 넘긴다는 미국 에이전시사의 입장이 알려지면서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 이후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작은 마을을 무대로 어린 스카우트의 눈에 비췬 흑백차별의 모순을 그려내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62년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작품이 2002년 처음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13년간 출간해온 문예출판사와의 독점 계약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판권 계약 기간은 현재 2년여가 남아있다.
하퍼 리는 1950년대 중반, 주인공 스카우트가 성인으로 등장하는 '고 셋 어 워치맨'을 완성했으나 당시 편집자에게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작품을 다시 써볼 것을 권유받아 '앵무새 죽이기'를 완성했다. 유실됐다고 믿었던 속편의 원고를 지난해 가을 하퍼 리의 동료 토냐 카터가 발견해 결국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속편은 스카우트와 대법관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역시 앨라배마주의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고 셋 어 워치맨'은 예약판매 첫날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국내 판권의 몸값도 입찰 시작가가 1억원부터 시작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문학동네 민음사 21세기북스 등 국내 문학출판사 대부분이 계약을 저울질하며 3월 마감을 앞둔 판권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퍼콜린스가 출간전까지 내용을 일제 함구 하고 있어, 국내 출판사들은 책 내용도 검토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하게 됐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속편의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55년 전이라도 출간이 반려된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앵무새 죽이기'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올해 이만한 화제작이 나오긴 어려워 판권 확보를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선인세 1억원이면 10만부 이상 팔려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어 위험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은 '앵무새 죽이기'를 함께 잡기 위해서라도 속편의 계약을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소설로 보기드문 스테디셀러라는 이유에서다. '앵무새 죽이기'는 2002년 이후 교보문고에서 5만부 이상이 팔렸고, 총 20만부 이상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문예출판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전준배 문예출판사 대표는 "13년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