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이미지가 너무 달라 놀라는 배우가 있다. 충무로에서 꼽자면 단연 김상경(43)이다. 툭 튀어난 광대뼈와 각진 턱, 183㎝의 건장한 체격, 굵은 저음…. 거칠게 생긴 그는 변호사, 검사, 형사 등 선 굵은 역을 도맡는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살인의뢰’에서도 형사역이다. 그러나 형사 역만 이번이 세번째라는 이 배우의 별명은 ‘아줌마’. 쉴새없이 농담하고 떠든다. 지난 6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인사를 마치자마자 입을 열었다.
“영화에 왜 출연했냐고 물어보려고 했죠? 배우로서 영화 안에서 많이 변하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가 논쟁거리가 많아서 출연했어요. 나 쪽집게지? 하하”
부산스럽게 손을 흔들며 총알처럼 말을 뱉는다. 그는 시청률 40%를 넘기며 최근 종영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유쾌한 허당 문태주 상무 역을 맡았다. 문 상무 역이 실제 모습과 닮았다고.
“요즘이 제 리즈시절(‘전성기’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이라고도 하고, 지금이 물 들어오는 시기라고도 하더라고요. 근데 인기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아요. 그냥 나다운 것에 집중하면서 사는거죠. (성공에)들뜨고 (실패에)스트레스 받는 건 젊을때 다 겪었지. ”
‘살인의뢰’에선 지난 20여년의 연기 내공이 폭발한다. 그는 살해범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가 사적 복수심에 의해 피폐해지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렸다. 폐허같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10일만에 10kg을 덜어냈다고.
“정말 죽을 것 같았죠. 하지만 이렇게 인물이 한 영화 안에서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쾌감을 느껴요.”
감옥에서 잘 지내는 살인범과 복수심에 괴로워하는 피해자 가족들이 대조되면서 사형제도의 존치 유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사형제도 폐지를 논의할 때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이 반영됐으면 해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우리 영화를 시사토론회에서 다룬다면 성공한 거죠.”
중대 연극과를 거쳐 연극 무대, TV 드라마, 영화로 진출한 그는 연기자의 ‘표준 코스’를 밟아왔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 심리학 책만 본다는 그에게 2002년 ‘생활의 발견’에서 만난 홍상수 감독은 신세계였다.
“홍 감독님은 대본이 없으니까 말이 안나왔죠. 신기한 것은 ‘생활의 발견’ 찍고나서 머리가 깨끗해졌어요. 아, 근데 봉준호 감독(‘살인의 추억’)은 철저히 계산하는 분이세요. 봉준호와 홍상수 사이를 오간 게 저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죠.”
그는 인터뷰 내내 “지루하지 않죠?”라며 청자의 반응을 체크했다.
“제 모토가 ‘오늘 하루를 가장 즐겁게 살자’예요. 6살된 우리 아들한테도 매일 아침 ‘멋진 하루
그는 “화면에 나왔을 때 기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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