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니 오전 9시 30분이었다. 기독교 대표 지도자인 김장환 원로 목사(84·극동방송 이사장)와 역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아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다. 큰 아들 요셉 목사(54)가 헐레벌떡 기자가 탄 엘리베이터에 합승하면서 “정확히 30분”이라고 시계를 가리켰다. 대전에 살고 있는 동생 요한 목사(47)는 이미 30분 전에 도착한 상태였다. “아버지는 시간개념이 확실해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가버리시죠.” 만나기 전부터 김장환 목사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최근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 목사는 “수원에서 오늘 새벽 5시30분에 나왔다. 일본 사람 넷을 만났고 목요일마다 200여명과 하는 성경공부를 했고 같이 조찬을 했다”며 “보약 먹는 것도 없고, 특별히 운동을 하는 것도 없는데 활동이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게 최대 복”이라고 말했다.
교계에서 유명한 3부자(父子) 목사는 오랜만에 만난 듯했다. 지난 설 연휴 때도 서로 보지 못했다. 두 아들과 함께 하는 독특한 형태의 집회인 ‘3부자 부흥회’가 열려도 날짜가 다르면 만나지 못한다. 전쟁통에 미군 하우스보이 생활을 하다가 기적적으로 미국에 유학 가 신학 공부를 하고 미국인 아내를 얻어 돌아 온 김장환 목사는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방한 때 통역을 맡아 단숨에 유명인이 됐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국내서도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평생 친구로 뒀다. 어려울 때 손을 잡고 기도해 준 덕분이다. “나를 ‘정치목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개의치 않아요. 난 일편 단심이니까. 복음을 전한다는 강한 신념 때문에 가는 거지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안양 구치소에 있을 때 그는 큰 아들과 함께 면회를 갔다. 위로를 해주고 돌아서는데 “미국 사람이 한국말을 참 유창하게 한다”는 교도관의 말이 들렸다. 큰 아들 요셉 목사의 외모를 보고 미국인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 때 전 대통령이 “성령 받으면 영어도 잘한다”고 말해 좌중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구속되는 게 참 힘든 일이죠. 특히 어딜 가든 환영을 받는 일에 익숙한 대통령이나 잘 나가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죠. 그 때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면 그걸 잊지 않더군요.”
아버지와 두 아들은 가정에서 주로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요셉 목사는 “영어는 존댓말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냐”며 “며느리도 시아버지에게 ‘you(너)’라고 말한다. 우리 말의 장점이 존경이라면 영어는 평등”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자녀 교육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혁대를 풀어 따끔하게 혼을 낼 정도였다. “두 아들과 딸이 혼혈아니까, 한국 사회에서 견뎌내려면 겸손하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동차를 몰고 가다 셋이 자리 다툼이라도 하면 차를 멈추고, 아이들을 체벌했지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들 법도 하다. 교육학을 전공하기도 한 큰 아들이 말문을 열었다. “반발심보다 존경심이 든 이유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일관성이 있었다는 거예요. 아버지가 틀려도 저는 아버지 생각이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어떨 때는 잘해줬다가 어떨 때는 매를 드는 게 아니라. 동생들한테도 똑같이 했고. 두 번째는 자신에게 더 엄했어요.”
아이들은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곧잘 놀림이나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저희들을 온실의 화초처럼 보호해주지 않았어요. 놀림을 받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지요. 대신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해줬고, 내면의 힘을 길러주셨지요.”
왕따는 피하는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경험담도 보탰다. “어머니는 친구들을 집에 자주 초대를 해주었어요. 친구들이 이상하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셨지요.” 아들들이 목사가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막내 아들 요한 목사는 “아버지는 저에게 성경 한 장씩 읽으면 100원씩 줘가며 목사가 되라고 했다”고 말했다.
형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학교에 와서 설교를 하지 말아 달라’는 것과 ‘목사가 되는 것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 “김장환 목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이었어요. 교회 중진들이 자꾸 목사되라고 하는데, 제가 아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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