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무비’ 열풍은 대중문화의 인기 코드로 떠오른 ‘먹방’(먹는 방송)과 궤를 같이 한다. 셰프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셰프테인먼트’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식욕을 자극하는 먹음직한 음식, 그 안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음식 영화를 통해 관객은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 음식 영화의 흥행 공식을 짚어봤다.
감각적인 편집과 세련된 연출은 흥행의 필수 조건이다. 아무리 화려한 음식이어도 세련된 미장센(화면구성)이 없다면 흩어지는 이미지일 뿐. ‘아메리칸 셰프’의 요리 장면엔 언제나 신나는 라틴 음악이 깔린다. 토마토를 썰거나 베이컨을 굽는 요리 영상은 한편의 CF처럼 스크린에 쏟아진다. 재료가 빚어낸 사운드는 풍성하다. 계란이 후라이팬 위에서 익는 소리, 바삭한 빵 위에 버터를 바르는 소리는 마치 부엌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엘리제궁의 요리사’엔 송아지와 돼지 살코기로 층을 쌓아 만든 ‘오로르의 베개’, 딸기와 블루베리로 수놓은 크림 타르트가 화면 가득 담겼다. 우아한 접시 위에 놓여진 음식은 오래도록 눈으로 붙잡아두고 싶어진다.
‘쿠킹 무비’는 요리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요리의 ‘완성’보다 ‘과정’에 방점이 찍힌다는 얘기다. ‘리틀 포레스트’에선 농작물을 활용한 소박한 요리가 여럿 공개된다. 여주인공 이치코가 호두밥을 먹을 땐, 호두를 으깨고 간장을 2숟가락 넣어서 밥에 비비는 과정이 천천히 보여진다. 이 영화의 수입사 진진측은 수유열매 잼, 토마토 요리 등 영화 속 음식 레시피를 배포하기도 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에선 카메라가 대통령 관저의 요리사 라보리의 손길을 천천히 따라간다. 푹신한 송이버섯을 활용한 빵,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쌈을 집에서 만들 수 있을것만 같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수입한 판시네마측은 “과거 음식 영화가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여주는데 그쳤다면 요즘엔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직접 만들어서 천천히 음미하는 방식이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음식 영화는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공명한다. ‘아메리칸 셰프’는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가 창의력이 제한된 식당에서 괴로워하다가 길거리일지언정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음식을 팔면서 성공하는 스토리다. 무료 고객에게 식은 빵을 내주려는 아들에게 칼은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꾸짖고,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그를 사람들이 무시해도 “어느 곳이든 내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10일 CGV에 따르면 이 영화는 관람객의 절반(47.1%)이 20대였는데 젊은 관객들은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도시 여성이 고향
영화수입사 진진의 장선영 팀장은 “음식은 결국 행복이다. 음식 영화는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는 이 시대에 잘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