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달콤하기로 유명한, 초콜릿 보다 감미로운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누텔라 보이스’.
일반적인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의 비주얼 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그의 영상은 청각을 자극한다.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간지러워지는 달콤한 중저음의 목소리. 거기에 뛰어난 언변은 한 번 듣기만 해도 그를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오직 목소리와 말솜씨만으로 톱 크리에이터 자리에 오른 유준호를 만났다.
사실 그와의 인터뷰는 꽤 어렵게 진행됐다. 처음 연락을 취했던 것은 지난 1월. 그러나 학업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병행 중인 그를 만나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 남짓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날 역시 그는 “CJ와 미팅이 있어요”라며 바쁜 모습을 보였다.
“원래 영상 디자인을 전공 했어요 영화사나 프로덕션 등 영상 관련 회사에 취직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죠. 제가 만든 영상을 한 곳에 모아두고 사람들의 반응을 포트폴리오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콘텐츠를 하나둘 업로드 하다가, 단순히 포트폴리오가 아닌 ‘나만의 영상’들을 게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 사진=유준호 페이지 |
“누텔라 보이스는 팬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에요. 그 때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제 입으로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살짝 민망하더라고요. 잘 안 쓰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 제 어린 시절 꿈이 성우였어요. 가슴 한 켠에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을 담아두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목소리를 칭찬하니까 다시 그 꿈을 품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성우가 되는) 길이 너무 좁아서 포기 했어요.”
성우의 꿈을 내려놓았다고 하지만 그의 앞날이 캄캄한 어둠은 아니다. 이미 그에게는 크리에이터로서 숱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유준호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발을 담갔다. 고3때 관심을 두었던 음악은 그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활동을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가진 가능성을 유준호의 부모님은 알아보셨을까?
“부모님은 그냥 절 믿고 지켜보는 편이세요. 그래서 절 믿고 기다려주셨죠. 대신 친구들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이런 쪽으로 활동할 걸 예상 했대요.”
많은 이가 예상했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었던 유준호. 현재 그는 편집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영상 제작에도 목표를 두고 있다.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뜻이다.
“신선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기존의 색을 지키면서 팬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것도 제가 할 일이니까요. 사실 영상 편집 기술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 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CG의 기술과 공감영상을 혼합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영상을 늘 꿈꾸는 그는 그간 300개가 훌쩍 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꾸준히 나오는 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페이스북이나 기사를 보면 그 주의 트렌트가 보여요. 그런 부분을 넣으면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와요. 말투나 상황을 재해석하는 것은 제 성격이에요. 그리고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더욱 더빙이랑 잘 맞는 기분도 들어요. 지금은 그래도 부담이 조금 줄어서 직접 출연하고 있죠.”
영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촬영하는 여느 크리에이터에 비해 그의 영상 제작 시간은 짧은 편이다. 더빙만 진행할 경우 30분 내외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 그러나 그에게는 영상 제작만큼이나 중요한 업무가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자기 색을 잃을 염려도 있어요. 욕심이나 강박관념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아직은 혼자 하는 게 편해요.”
“영화감독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단편 영화를 몇 편 찍었죠. 국가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고, 이름을 올리게 됐어요. 그런데 영화감독 활동을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 촬영을 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요.”
영화감독이란 이름을 내려놓은 그. 그렇다면 유준호는 더빙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에 만족하는 것일까.
“해외에서 영향력 조사를 하면 1위에서 5위까지가 유튜버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예인이나 아이돌, 정치인이 순위에 오르죠. SNS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 잡힌 것 같아요. 광고계에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플랫폼이 살아있다면 죽기 전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목소리’ ‘더빙’이란 것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게 제 바람이에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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