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로기수’는 탭댄스로 자신의 꿈을 찾은 로기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전쟁이라는 다소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어두운 포로수용소에서, 로기수는 탭댄스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희망을 그리게 된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잃게 한 전쟁과, 미군에 대한 반감이 심했지만, 탭댄스라는 꿈으로, 이념을 뛰어넘고 자신을 찾게 된다.
몸이 다 젖도록 흠뻑 춤에 빠진 로기수는 애처롭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이념을 뛰어넘을 정도로, 춤에 미쳐 있는 로기수의 모습은 그 당시 로기수가 겪어야 했던 심리적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각오있게 춤추라” “세상의 모든 소리가 리듬이고 음악이다” “꿈을 버리면 너도 없다. 하루를 살아도 꿈꾸며 살아”
‘로기수’의 매력은 절망 속에 전해지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다. 전쟁 통에 삶의 의미가 없던 로기수의 삶은 민복심을 본 뒤 마음 속 봄날을 맞는다. 또, 흑인 댄서 프랜이 내보이는 탭댄스에 빠져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하는 로기수의 모습은, 척박한 지대에서 피어나는 꽃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조명으로 과거와 현재, 상상 등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어 스토리에 풍성함을 더한다. 주먹 다툼을 하던 로기진과 로기수는 어머니를 회상하며 어느새 서로를 보듬게 되고, 탭댄스의 묘미에 빠진 로기수는 빨래하는 소리, 구두를 치는 소리, 바둑을 치고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까지 리듬으로 느끼면서 음악에 몸을 맡기게 된다. 탭댄스로 희망을 찾은 로기수는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반동으로 몰려 다리를 잘리는 무서운 상상으로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여기에 진한 형제애도 궤를 함께 한다. 인간 백정이라고 불리는 공산당 혁명가 로기진과 총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있는 로기수가 탭댄스를 추게 되며 두 형제는 팽팽한 대립을 벌이지만, 결국 형제는 이념까지 뛰어넘는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로기수’의 무대는 비교적 어둡고 삭막한 기운이 감돈다. 무대 뒤 철창 뿐 아니라 2층으로 구성된 무대 역시 감옥에 갇혀진 듯 답답한 느낌을 더한다. 무대의상도 적십자 위문공연 장면을 제외하고는 칙칙하고 개성 없는 포로복을 입는다. 그럼에도 무대에 오른 로기수, 로기진, 민복심, 황구판, 장개순, 이화룡에게 빛을 발하는 것은 그들이 품었던 꿈의 위력이다. 삭막한 이들에게 희망을 피울 수 있게 한 ‘꿈’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