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예술계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통·폐합으로 크게 소란스럽다. 기획재정부가 문체부 소속 문화예술기관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해당 단체는 물론 이들 단체의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을 비롯해 SOC(사회간접자본), 농림·수산 등 3대 분야의 기능조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본지가 파악한 문화예술단체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문학 분야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을 없애고 그 기능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흡수시키는 계획이 고려되고 있다. 2001년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설립한 번역원은 한국 문학작품 번역 작업을 주업무로 맡아왔으며 2008년부터는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해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를 양성했다. 따라서 한국문학을 국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번역원을 국내 출판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출판진흥원에 통·폐합시킬 경우 번역의 고유성, 독창성이 사라질 것으로 문학계는 우려한다.
번역원측은 “매년 100종에 달하는 한국문학 번역서가 세계에 소개돼 우리 문학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황석영, 신경숙 등 국외 주요 문학축제에 초청받는 작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십수년간 구축해온 번역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한다.
예술 분야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폐지해 문화예술위원회에 소속시키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국민들의 문화 향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기의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일 수록 문화에서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격차를 해소하려면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교육 및 향유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처럼 갈수록 예술교육의 필요성이 확대되는 마당에 기재부가 정리대상에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포함시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술유통에 주력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예술창작쪽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위원회와 기능이 뚜렷이 구분되지만 이번 조정 공기업에서 제외되지 못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서울아트마켓을 아시아 최대 공연마켓으로 키웠고 전세계 60여개 전략적 거점을 통해 국내 공연의 해외진출을 이끌었던 기관이라 더욱 말들이 많다. 조정안에는 한국문화정보원 등 기관의 연구기능을 문화관광연구원으로 한데 모으고 예술의전당, 박물관 문화재단 등의 식·음료 사업은 민간에 위탁해 판매가를 현시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을 통해 축소되거나 중복된 기능을 정리하고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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