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오늘은 어떤 날이었을까.
'오늘裏面'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시작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들 속에서 울고 웃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오늘이면은 과거의 오늘이 가진 다른 의미를 추적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소외당하고 잊혀질 뻔한 사실들을 적습니다.
오늘의 역사를 통해서 지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출처 = MBN 캡처 |
45년 전 오늘, 4월 17일은 아폴로 13호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 날입니다.
1961년,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국회에서 “1970년이 되기 이전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합니다.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제너럴 모터스에서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만들어 공장에 도입했고, 잡지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하긴 했지만 달에 간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습니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출처 = NASA 공개 자료 |
아폴로 13호는 아폴로 계획에서 세 번째로 달에 착륙할 예정인 우주선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로 인해 달을 선회하는데 그쳤고, 4월 17일 가까스로 지구에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사들은 ‘혹여나 지구로 복귀하는 궤도가 틀어질 수 있으니 선외로 오물을 투기하지 말라’는 관제탑의 지시를 오해해 오줌까지 꾹 참았고, 골판지로 필터를 만들어 기내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등 생존왕 ‘베어 그릴스’의 우주버전과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밝혀진 사고원인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소련을 의식한 미국이 과도하게 빨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계획은 단 한가지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련보다 먼저 달에 사람을 보내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제친다. 이를 위해선 인명의 손실도 감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아폴로 계획’에 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60년대 NASA의 예산은 미국 GDP의 0.75%를 차지했고 그 돈은 현재 환율로 186조, 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예산의 497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 출처 = MBN 캡처 |
실제로 미국은 달에도, 천문학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달 정복’을 둘러싼 쇼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때문이었습니다. 냉전시대에 맞섰던 두 국가는 우주기술 개발을 통해 선진 과학기술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체제의 우수성까지 증명하려 했습니다. 미국은 소련에게 이미 상당 부분 뒤쳐져 있었습니다. 당시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과 최초의 우주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달에 국기를 꽂고 인증샷을 찍느냐‘ 이를 위해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아폴로 1호가 실험 도중 폭발해 3명이 숨지는 참극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달에 찍힌 인간의 발자국은 숫한 희생에도 끊임없이 로켓을 16차례나 더 쏘아 올렸던 집념의 결과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집념의 가운데에는 경쟁 상대에 대한 견제와 이데올로기 강화의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 출처 = MBN 캡처 |
2015년, 우리는 새로운 냉전 체제의 칼날 위에 서있습니다. 핵심은 사드(THAAD)입니다. 사드는 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첨단 방어 시스템입니다. 북한은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핵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의 배치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입니다.
논란거리는 X밴드 레이더라는 사드의 핵심장비입니다. 사드에 장착한 이 레이더를 통해 1000Km 내 존재하는 미사일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주변국들은 자국의 핵심 군사 장비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시 반발의 핵심은 중국입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넘어선 분명한 경고를 했습니다. 중국은 아시아 군사 전략에 대해 ‘미국 개입 최소화’를 대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전진 기지로서 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입니다.
한국은 곤란한 입장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 생일에 친필 서한을 보내며 “한중관계의 발전을 대단히 중시하며,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새롭고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가 논의되고 중국은 강경한 입장입니다. 미국의 언론 ‘워싱턴 프리비컨’은 “2014년 7월 한중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계획을 허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사드 배치를 막아주면 무역과 투자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6일에는 태평양사령관을, 10일에는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을 한국에 보내 사드 배치 결정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 중국이 이끄는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창립국가가 돼달라는 중국의 요청을 미뤄오다가 결국 가입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를 문의했지만 미국은 한국이 AIIB에 가입된 현 시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경제냐 안보냐,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 상황에 모두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앞으로 한국이 취해야할 전략에 대해 그야말로 창조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 전략이다”
열강의 자존심 싸움에 한국은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20세기의 냉전이 만든 우주미아 아폴로 13호처럼, 우리는 표류할 것을 알면서도 외부의 압력에 의해 어딘가로 밀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래는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상뉴스국 박준상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