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은 14살에 친구를 살해한 대환이와 그의 가족들의 모습을 담는다. 대환이의 집에는 작품의 제목대로 ‘소년B’가 산다. 소년B는 대환이의 또 다른 모습으로, 14살 이후로 성장하지 않았다. 소년B는 대환이를 힘들게 하지만 떼어낼 수 없는 또 다른 대환이일 뿐이다.
‘소년 B가 사는 집’은 살인자의 가족이 감내해야 할 심리적 고통과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가족으로서 보듬고 견뎌야 할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년 B가 사는 집’은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 때문에 이들의 모습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살해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대환이네는 ‘살인자의 가족’ ‘악마가 사는 집’이라 불릴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다. 하지만 새로 이사 온 새댁이 대환이의 집을 찾아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마트에서 ‘부모 교육’을 한다는 새댁은 엄마에게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권유하면서, 대환이가 저지른 살인 사건에 대해 얘기하며 “끔찍하다”고 표현한다. 새댁에게 일언반구 할 수 없는 엄마는 “딸밖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새댁 말고 대환이네 드나드는 사람은 보호 관찰관이다. 대환이의 심리 상태나, 특별한 점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드나든다. 그의 등장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히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살인이 결코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라는 것을, 가족들은 보호 관찰관을 통해 다시 한 번 상기한다.
대환이는 줄곧 방 안에 처박혀 있다. 누가 오던, 방안에서 눕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하며,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 대환이를 맞는 것이 소년B이다. 소년B와 팽팽한 내적 갈등을 펼치며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를 회상하던 대환이는 결국 자신의 목을 조르고 말지만, 이는 곧 대환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살인을 한 대환이에게 동정은 가질 수는 없지만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힘도 크다. 대환이를 끝까지 믿어주는 아빠를 맡은 이호재는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감정을 배가시켰고, 강애심은 자신을 책망하며 울분을 토하는 엄마를 맡아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기현은 대환이의 어두운 마음과 심적 고통을 나타냈고, 강기둥은 폴짝폴짝 무대를 활보하는 데 이어, 살기등등한 분위기 까기 실감나게 표현해 극의 분위기를 전환한다.
특히 일상적이지만 힘 있는 대사도 극의 깊이를 더한다. “눈사람이 되고 싶다. 햇빛을 받으면 흔적이 없어지니까” “제가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요” “나 그래도 계속 엄마 아빠의 아들이죠”라는 대환이의 말이나, “불행이 우리를 찾아온 것” “떫었던 감도 시간이 지나면 달아져”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은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움의 무게를 경감케 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