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으로 상을 받았을 때 연기의 정점이란 평을 들었어요. 칸(영화제)이 계속 저를 지켜보는 것 같아서 부담됐는데 이번에 다른 작품으로 초청돼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20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말했다.
“엊그제(18일) 왔어요. 너무 긴장했는지 한국 와서 링거 맞았어요. ‘링커 투혼’이라고 쓰지는 말아주세요.”
코를 찡긋하며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웃는데 전도연이다 싶었다.
27일 개봉하는 ‘무뢰한’의 장르는 ‘하드보일드 멜로’다. 달달하거나 애절한 ‘멜로’와 축축하고 눅눅한 ‘하드보일드’가 만났다고 하니 쉽사리 그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조직폭력배의 애인이 그 조직의 범죄를 수사하던 형사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다. 전도연은 형사와 ‘알듯 모를듯한 사랑’을 나누는 화류계 여인 김혜경 역을 맡았다.
“느와르 안에 멜로가 있는게 좋았어요. 느와르는 남성의 전유물이고 그 안에 여성은 언제나 주변 인물이었는데 이 영화는 달랐어요. 작품은 투박하고 직설적이었지만 결국은 사랑 이야기에요”
영화에서 그는 남자들에게 끝없이 이용당하고도 남자를 믿는다. 영화 속 대사처럼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또 더러운 기억”을 안고 산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치명적이에요. 사랑을 머리로 계산한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내가 선택한 남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 캐릭터가 끌렸어요.”
느와르와 멜로의 결합이 신선하다고 하자 그는 “사랑은 장르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영화 ‘접속’부터 ‘너는 내운명’까지 멜로 드라마의 흥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여배우의 답변은 거침없었다.
“사람들에게 저는 사랑지상주의자라고 말해요. 제 필모(그래피)는 온통 사랑 얘기더라고요. 사랑 얘기는 해도해도 질리지 않아요. 인간이 있는한 사랑은 계속 될 거예요.”
2007년 사업가와 결혼한 그는 7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칸을 네번 다녀온 여배우는 집에서 어떤 엄마일지 궁금했다. 그는 “아이는 내가 바빠서 싫다고 하지만 같이 있을 땐 아이와 친구처럼 대화한다”고 했다.
어떤 장르에서든 연기로 끝장을 내는 이 배우가 어려워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영어다. 외국 유명 감독으로부터 ‘러브콜’도 받았지만 언어의 장벽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몇 차례 영어 공부를 시도했지만 숙제가 너무 많고 기본기가 없어서 포기했다
“전 다음 생이 있다면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 저는 어렸을 때 엄청 산만했는데, 배우를 하면서 집중력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영어는 너무 어려워요. 어디 괜찮은 방법은 없나요? 다시 도전해야죠”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데 이 배우의 도전이 궁금해졌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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