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이하 ‘술눈지’)는 일본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으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한다. 작년 3월 일본 동경예술극장에서 초연됐던 작품으로 한국에 상륙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이하 ‘지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한 웃음을 전하고 있다.
‘술눈지’는 지킬 박사가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당장 내일로 다가온 발표회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지킬 박사지만, 허당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낼 뿐 아니라, 진지한 속 묻어나는 웃음 포인트는 ‘지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킬 박사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특히 지킬 박사의 약혼녀 이브의 등장에 빅터는 반하는 듯 싶지만, 이내 하이드의 모습으로 그를 거침없이 대한다. 당황한 이브는 자리에서 도망을 가지만, 다시 돌아온 자리에 있는 지킬 박사에게 “하이드로 변해달라”며 하이드를 만날 것을 원한다.
상황은 극이 진행될수록 엉망진창으로 엉키고, 인물들은 당황하면서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갖가지 묘책을 내놓지만, 관객들은 이 모습에 웃음보가 터져버리고 만다.
이는 틈을 주지 않는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힘이다. 무대를 볼 뿐 다른 생각이 들 수 없게 탁구공을 주고받는 배우들의 대사나, 자칫 헷갈릴 수 있는 상황도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지킬’ 무대에 선 신의정은 요조숙녀 이브에서 겉옷을 벗고 무대를 활보하는 하이디로 분해, 내숭과 능청사이를 자유롭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낸다. 빅터 역의 이시훈은 어수룩한 빅터에서, 이브 앞에서 포악하게 변하는 하이드로 변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표정과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무대도 극에 집중할 수 있는 데 한 몫 한다.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이브나, 복도에서 연구실을 지켜보는 빅터, 하이드로 변신하는 데 숨어있게 되는 벽 뒤쪽 등의 무대 설정은 연극만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극대화 시킨다.
‘지킬’에서 흘러나왔던 넘버가 극에 적절하게 버무려지지만, 전혀 다른 웃음이 흘러나온다. 술과 눈물을 넣어서도 신약 개발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지킬 박사지만, 관객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하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