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전성우는 연극 ‘엠. 버터 플라이’(M. Butterfly/이하 ‘엠나비’)에서 송릴링 역으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몽환적이고 묘한 아우라를 풍겼다.
‘엠나비’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쉬페이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했다. 배우들의 감정 표현은 섬세하고, 관계 간의 긴장감은 팽팽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전성우는 작품의 영향인지, ‘엠나비’와 묘하게 닮아있었다. 진중하고, 차가울 뿐 아니라 단어 한 마디도 고민할 것 같은 첫인상에 반해 웃음도 많았고, 재치 있는 멘트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안겼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대학로 아이돌 전성우’에서부터 ‘배우 전성우’까지, 다양한 면모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엠나비’ 저 역시 한 번 보고 이해하기 쉽지 않았죠”
↑ 디자인=이주영 |
그는 “정동화 공연을 봤는데, 남자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관객들의 웃음에 ‘그렇게 웃긴가’ ‘이런 극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웃긴지 전혀 모르겠더라”며 “이어 대본을 봤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엠나비’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많고, 역사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 그런 것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처음 보는 관객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은 르네를 사랑하긴 했을 것”
‘엠나비’는 송릴링(이하 송)를 사랑한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와, 신분을 숨기고 르네에게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가 돼야 했던 송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면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사람의 본연의 모습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재고하게 된다.
전성우는 르네와 송의 사랑에 대해 “르네 마다 설정이 다르더라. 송이 남자인 것을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 알았을 것이다, 라는 것은 르네의 몫일 것”이라며 “송은 사랑을 했을 것이나, 100%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르네가 사랑한 것은 송이 아닌 그의 꾸민 모습 아닌가. 송에 대한 환상을 사랑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송이 치파오를 벗고 수트를 입고 등장했을 때, 르네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송을 밀쳐내고 거부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전성우는 “송의 입장에서는 분명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전성우는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외적인 모습 아닌가.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예뻐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 같다. 소통도 중요하고 정신적인 것이 잘 맞을 때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어느 날 낯설게 느껴지는 대사가 있더라”
전성우는 작년 ‘엠나비’에 출연한 후 다시 출연한 것이다. 조금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전성우는 대본을 보면서 작품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징크스는 아닌데 대본을 꼭 봐야 한다. 처음부터 쭉 본다. 무조건 ‘실례합니다’부터 ‘버터플라이’ 까지. 공연을 오래 하다보면 익숙할 수도 있지만, 어느 날 낯설게 느껴지는 대사가 있다. 그러면 내가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 없는 게 돼 버리기 때문에 다시 대본을 펼친다. 마인드 컨트롤, 집중하는 의식 같은 일종의 워밍업이다. 공연 전에 몸도 입도 풀면서 그런 시간도 필요하더라.”
전성우는 공연을 위한 마음과 몸 상태를 만든 후 무대에 오르려고 한다. 그는 “공연을 매일 하면 다르겠지만, 며칠 간격으로 하기 때문에, 그사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편안한 것도 중요하지만, 내 기준에서 무대는 단 한 번이기에 공연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것 같다. 끊고 다시 갈 수 없지 않기에, 더 좋은 공연, 나은 장면을 위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치파오, 이제 내 옷 같아”
전성우는 ‘엠나비’에서 치파오와 기모노를 입으며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그는 “처음에는 여자 옷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요즘에는 내 옷 같다. 입는 것에 대한 마음 상태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모노는 더 더워서 땀이 많이 난다. 기모노를 입기 전 몸 안에 찬기가 있으면 괜찮은데 더울 때 입으면 땀이 많이 난다. 하지만 르네를 처음 만날 때 땀이 나면 안 되지 않은가. 예쁘게 보여야 하는 장면인데”라면서 “부채질을 해도 한계가 있더라. 부채질을 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과, 송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엠나비’ 아니었으면 아직도 공백일 것”
이어 “그만큼 작품이 좋고 선배님들이 좋다. 공연이라는 것이 하나의 팀이고 팀워크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엠나비’는 다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성우는 작품을 쉬었던 5개월 동안 여행을 다녀오는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차차 배어나오지 않을까”라며 “그냥 좀 더 쉬었으니까 더 각오를 다져서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특히 전성우는 “내가 무대에 서있는 확신, 작품 인물을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중요한 것 같다”면서 “연기가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것도 없기 때문에 항상 미세하게 다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30세가 되기도 하는 전성우는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똑같을 것 같다. 기분이 조금 바꿀 수도 있지만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나이를 생각하지도 않는 편”이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변할 수 있고 다양하게 계속 할 수 있는 역할로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