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현대카드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서울 가회동에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청담동에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선보인 것에 이어 올해 뮤직 라이브러리까지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디지털과 속도의 패러다임이 대세인 시대에 대표적인 아날로그 미디어인 종이책으로 이루어진 라이브러리를 연달아 선보인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공간에 대한 반응 역시 뜨거웠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 디자인 라이브러리다. 왜 디자인인가.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양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은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감성의 경계를 확장시켜 왔다. 현대카드는 스스로를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규정한다. 즉 ‘고객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국내에서 디자인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과 정보를 접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희귀 도서를 비롯한 1만 여권의 디자인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자인 지식 허브’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 선정의 룰이 있는가.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방대한 장서를 고르기에 앞서 도서 선정 기준을 정립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디자인 서적이 비치된 국내 모든 도서관은 물론, 일본과 태국을 비롯한 독일,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 내 주요 도서관의 소장도서 선정 절차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디자인 박물관과 협회 및 관련 학제 기관의 분류표까지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도서 선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큐레이팅의 7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영감을 주거나(Inspiring), 문제의 답을 제시하고(Useful), 다양한 범위를 포괄해야(Wide-ranging) 한다. 또,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Influential), 그 한 권으로 충실한 콘텐츠를 담고(Through) 있어야 한다. 더불어 심미적인 가치의(Aesthetic) 시대를 초월한(Timeless) 책이어야 한다’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전체 장서의 70%를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서적으로 구성했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는 희귀 장서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점차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날로그 라이브러리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현대카드가 선보인 두 번째 라이브러리인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고, 인류 문명사는 곧 여행(이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초기 인류에 비해 현대인들의 생존을 위한 이동의 욕구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행을 꿈꾸는 정신적 갈증은 더욱 커졌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다. 단순히 국내외 유명한 지역을 찍고 오는 목적지 중심의 관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자신의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거나 퇴폐적 목적의 여행도 많다. 이에 변질되고 있는 여행의 의미에 주목했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욕구와 여행이 지닌 가치에 집중했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모든 형태의 지적 활동’이라고 여행의 의미부터 새롭게 정의했다. 그렇게 여행과 책이라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를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냈다.”
-카테고리를 나눠 놓은 기준은 무엇인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여행 서적 코너는 절대 다수가 지역별 분류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목적지 중심의 관습적 여행 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새로운 테마를 통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여행지를 발견하고, 이 여행지를 찾아가는 자신만의 길을 찾길 권하는 것이다.”
-도서 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4명의 북 큐레이터들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의 도서선정 원칙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각각 2000권의 장서를 선정했다. 이들은 단순히 정보와 사진에 치중한 관습적인 여행서적이 아닌, 새로운 테마를 통해 독창적이고 능동적인 여행을 가능케 하는 책들을 중점적으로 선별했다. 특히 북 큐레이션의 전 과정에서 하나의 테마를 한 명의 큐레이터에게 한정하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복수의 큐레이터 조합을 통해 책을 1차로 선정한 뒤, 독자적인 최종 검수를 통해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만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각 큐레이터들은 주목할만한 769권의 장서에 대해 직접 코멘터리를 작성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음악과 라이브러리라는 단어의 조합이 생소하다.
“그렇다. 소리로 이루어진 음악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예술인데 반해, 라이브러리는 수집과 분류, 축적을 핵심으로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레코딩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바이닐’(Vinyl)은 음악을 즐기고 공유하는 주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닐은 ‘염화비닐’이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둥근 음반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한 장의 바이닐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와 철학, 라이프스타일, 테크놀로지가 응축되어 담겨있다. 특히 대중음악에서는 바이닐의 역사가 대중음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는 바이닐을 뮤직 라이브러리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까지 찾아와서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디자인과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그랬듯이 현대카드는 이번에도 보유한 콜렉션의 규모에 집착하기보다는 바이닐과 도서 선정의 확고한 원칙을 모든 콜렉션에 적용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각각의 바이닐과 책이 ‘왜’ 그 곳에 존재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지니도록 구성한 것이다. 사실 단순히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이라면 뮤직 라이브러리보다 수천만 곡의 데이터 베이스를 갖추고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사람들이 뮤직 라이브러리를 직접 찾아와 음악을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구체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아날로그 바이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이닐에는 음악이 디지털화 되면서 잘려나가고 압축되어 사라진 풍성한 아날로그 사운드가 담겨있다. 제대로 마스터링된 바이닐은 듣는 이에게 어떤 매체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의 음악을 선사한다. 여기에 독창적인 디자인의 재킷과 바이닐마다 제 각각 담겨 있는 다양한 세월의 흔적은 복제가 아닌 원본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1만여 장의 바이닐이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자신이 고른 바이닐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음악을 즐기는 것은 오직 그 순간, 그 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