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죽음 앞에서 갈등하는 지저스는 길고 고통스러운 아리아 ‘겟세마네(Gethsemane)’를 부른다.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오선지 밖 고음’을 소화한 뮤지컬 배우는 탈진할 것만 같다. 그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강렬한 록 음악은 관객들의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전세계 1억5000만명이 관람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거룩한 예수의 수난을 요란한 록 음악으로 풀어낸 역발상 뮤지컬이다. 1969년 21세 영국 천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7)는 지저스를 혁명가로 여겼다. 록의 정신이 바로 저항이다. 혈기왕성한 작곡가의 열정이 들끓는 이 록 뮤지컬이 44년 동안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197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불후 명작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2004년 정식 라이선스 공연 후 2007년, 2013년에 이어 지난 1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다시 흥행 열기를 지피고 있다.
이지나 연출은 “워낙 우월한 음악 DNA(유전자)를 가진 작품”이라며 작품의 생명력 비결을 설명했다.
1분도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록 음악의 힘 외에도 공연의 진화가 경쟁력이다. 무대 세트와 의상, 음악, 드라마의 변화를 허용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성장하면서 완성도를 높여왔다.
이번 공연은 보다 발칙하고 파격적으로 원작을 재해석했다. 저저스가 죽음으로써 메시아가 되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십자가에 못 박혀 “다 이루었다”는 지저스의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지저스의 간절한 부탁에 못이겨 배신자가 된 유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저스와 유다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극적 탄력이 더해졌다.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지저스의 죽음을 해석한다. 죽은 유다는 흰 양복을 입고 나타나 지저스에게 질문을 던진다. 2000년 전 당신은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당신의 죽음은 현대에 무슨 의미가 된 것일까···.
무대와 조명도 신선하게 바뀌었다. 시·공간을 가늠하기 힘든 계곡 바위 세트와 조명이 인상적이다.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는 “미래도 현재도 과거도 아닌 그 어딘가를 표현했다. 영화 ‘스타워즈’ 사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더 극적이다. 영화와 콘서트 음악감독으로 활약해온 작곡가이자 가수 정재일이 편곡을 맡았다. 원곡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재기발랄하게 변주했다. 타악기를 보강해 음악이 더 강렬해졌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50번 넘게 이 작품을 봤는데 이렇게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편곡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자 배우 김영주가 유대왕 헤롯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신의 아들을 죽인 자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저스를 헤롯에게 떠넘겼지만 그 역시 피해간다.
김영주는 오만하고 교활한 헤롯을 능청스럽고 코믹하게 소화해 갈채를 받았다. “꺼져. 왜 안가. 내가 널 죽여줄 것 같아. 누구 좋으라고. 빌라도에게 돌려보내”라는 헤롯의 노래에 극 분위기가 전환됐다.
이 연출은 “식민지의 왕 헤롯은 변장한 채 살아가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많은 것이 숨겨져 있는 독특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김영주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지저스와 유다 배역을
공연은 9월 13일까지. 1577-3363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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