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에서-폼페이인상 , 200x200cm, Acrylic on Canvas, 2013 |
제자들과 함께 유작전을 준비한 아내 전희선 씨는 “작가는 몇 년 동안 작은 작업실에서 3000개가 넘는 실리콘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면서 환기시키는 것도 잊고 작업에 몰두했다”며 “작업을 하다가 마지막까지 가게 된 것을 그는 축복으로 알았다”고 전했다.
전시엔 ‘삶-나들이’, ‘인생-나들이’, ‘자화상’ 등 신작을 포함해 1990~2000년대 작품도 나온다. 총 70여점이 걸린 회고전 형식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재조명하는 성격이다. 타이틀은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으로 가는 길목’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강렬한 색채와 즉흥적이고 힘 있는 필선이다. 독일 뒤셀도르프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당시 독일 화단에 부상한 신표현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거친 터치와 다양한 오브제가 등장했고 삶과 죽음 등 근본적인 물음에 천착하는 작업을 했다.
작품 평론을 쓴 백미혜 대구가톨릭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1990년대 신표현주의의 기수로 평론가들의 조명을 받았다. 원죄의식과 종교적 감성이 두드러진 작가였다”고 적었다. 미술평론가 서성록 안동대 교수도 “2000년대 들어 국내 화단이 팝아트와 극사실주의 등이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그가 추구하던 거칠고 격렬한 표현은 다소 화단에서 외면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그는 자기 철학과 세계관을 뚝심으로 밀고 나간 작가”라고 말했다.
작품에선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폼페이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항아리들이 대거 등장한다. 화산에 의해 폐허가 된 고대 도시 폼페이에서 나뒹구는 항아리들은 마치 인간 군상을 연상케 한다. 건강하고 좋은 항아리도 있고, 너무 아름다운 항아리도 있는 반면 깨지고 조각난 항아리도 있다.
작가는 생전 폼페이에 3번이나 다녀올 정
전시는 23일까지. (032)612-0097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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