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외의 것도 해보라는 분들도 계셨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뉴스를 좋아하는 제가 뉴스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항상 해오던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뉴스 현장으로 복귀하게 돼서 기쁘고 설레입니다.”
서울 논현동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방송 복귀를 앞두고 살짝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오는 7월1일부터 MBN에 정식 출근한다. MBN은 기자이자 앵커인 그를 특임이사로 전격 영입했다.
“우리가 보도한 뉴스를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의도를) 의심받는 뉴스가 많지만 저는 MBN에서 진실을 의심받지 않는 뉴스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지난 3월 18년간 몸 담았던 MBC를 그만뒀다. 방송사들은 독보적인 여성 앵커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러브콜의 홍수 속에서 그의 마음이 기운 곳은 MBN이었다.
“저는 의리와 신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지난해부터 MBN이 연락을 해주셨는데 제가 몇차례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그때마다 저를 ‘색안경’끼고 보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믿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꾸준히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주하는 MBN 메인 뉴스인 ‘뉴스8’ 앵커를 맡기로 했다. 앞으로 실무진과 협의를 통해 활동폭을 넓혀갈 예정이다. 그는 “MBN에 들어옴으로써 어떤 변화가 올지, 또 MBN에서 제가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MBN과 저의 시너지 효과를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데 부담이 크다”면서 “방송으로 조용히 보여드리겠다. 지켜봐달라”고 했다.
프리랜서 방송인들은 계약직이 많지만 그는 MBN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저는 한번 정하면 웬만하면 안 바꿔요. 지난 18년간 한 회사에서 버틴 것도 끝까지 참는 인내력 덕분입니다. MBN이 저를 정직원으로 부른 점이 끌렸어요. 몇년 있는 계약직이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겠죠. 정식 식구가 됐으니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야지요.”
그는 발빠른 속보로 이어가는 생방송 체제를 종편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가장 따끈따끈한 뉴스를 내보내야 한다”는 그의 방송 철학과도 딱 들어맞는 부분이다.
“(MBC에서) 마감뉴스를 할 때 정말 즐거웠어요. 9·11 사태, 천안함 사건 등이 그때 터졌지요. 펜 하나와 백지 한장 들고 뛰어갈 때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호흡을 맞춰서 착착 끝냈을 때 희열은 말할 수 없어요. 그 맛에 뉴스를 못떠나요. (방송을 쉬어서) 굳어져있을까봐 걱정되지만, 발빠른 속보에서 경쟁력 있지 않을까싶네요.”
1997년 MBC에 입사한 그는 3년도 안돼 평일 메인뉴스 간판 자리를 꿰찼다. 2004년엔 기자로 전직해 스튜디오를 벗어나 현장을 누벼 세상을 놀라게했다. 특히 2005년에는 전직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허술한 금융 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로 특종상까지 거머쥐었다.
세월은 “뉴스를 한발짝 뒤에서 볼 수 있는 여유”
“앵커는 시청자하고 가장 가까워야해요. 버스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버스비 인상 뉴스를 전할 수 있을까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춘 뉴스를 전할게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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