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철(오른쪽)과 원택 |
‘명추회요’란 마음공부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중국 선어록 ‘종경록’의 핵심을 담은 책. 번역하기가 매우 어렵기로 학계에 정평이 나 있다.
성철 스님은 “‘명추회요’라도 번역해서 세상에 유포하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제. 그러나 제대로 번역이 될 지 모르겠다”라고 걱정했다. “큰 스님께서 허락을 하셨구나”라고 생각을 한 원택 스님은 지체 없이 “명추회요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다. 그해 11월 스승 성철은 열반했고, 원택스님은 늘 ‘명추회요’ 번역을 스승이 남긴 마지막 유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길이었다. 여러 학자들에게 맡겼지만 “어려워서 못하겠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다섯번의 시도 끝에, 대진스님과 비구니 선암스님이 그간 일궈놓은 토대를 바탕으로 1년간 번역작업에 매달린 결과 ‘명추회요’(장경각 펴냄)가 빛을 보게 됐다. 실로 23년만에 스승 성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인 스님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로소 큰 짐을 던 기분이다. ‘중생이 다 부처’라는 성철 스님의 사상이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명추회요’는 영명연수(904~975) 선사가 지은 ‘종경록’ 100권을 100년 뒤 회당조심과 영원유청 선사가 10분의 1로 축약한 요약본이다. 마음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대답, 인증이 있으며, 마음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된다. ‘명추(冥樞)’는 ‘그윽한 지도리(핵심)’라는 뜻으로 불교에서는 ‘마음’을 가리킨다. “일체의 법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허망하다” “마음 그대로가 부처다” “일체번뇌의 근원이 곧 자기 마음이다” 등 일련의 목차만 보더라도 이 책이 하나의 마음(一心)을 통해 불교의 다양한 교리를 재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성철스님은 생전 “진리는 언어문자에 있지 않고 자기 마음 속에 있다. 진리를 알고자 하면 자기 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철 사상의 본질은 고려시대 보조국사의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맞선 돈오돈수(頓悟頓修ㆍ단번에 깨우쳐 더 수행이 없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원택 스님은 “돈점 논쟁이 한국 불교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학계에서도 활발한 논쟁을 피하는 게 현실이다. 성철 스님의 사상을 좀더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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