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야, 잡아. 여기 여자 수박 서리한 남자 여자 친구지. 이제부터 너 인질이야. 어이 수박 서리범, 계속 도망가면 너 대신 여자 친구가 수박 서리한 죄 값인 물벼락을 맞을 거야.”
#1.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국 민속촌, 오늘도 마을 이장의 수박밭은 수박을 서리하려는 서리꾼들과 이를 막기 위해 고래고래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이놈아저씨, 그리고 이들의 대결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놈아저씨는 서리꾼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반면, 이장의 동생인 청년백수와 그의 부인 부녀회장, 그리고 광년이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흥미롭게 구경한다.
여름방학 시즌을 맞이해 지난달 27일부터 진행된 한국 민속촌의 ‘시골외갓집의 여름’ 행사의 체험 코너 ‘아슬아슬 서리체험’(이하 ‘서리체험’)이 벌어지는 현장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꿀맛으로 온 동네 소문이 자자한 수박’을 지키기 위한 마을 이장댁과 이를 빼앗으려는 관람객들의 추격전으로 늘 시끌벅적 하다.수박을 서리한 관람객들은 높은 검거율을 자랑하는 이장의 손에 잡히게 되고, 잡힌 이들은 수박을 서리한 죄로 손들고 벌을 서기도 하고, 호스로 물벼락을 받는 등 호된 후폭풍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민속촌의 알바생 못지않은 개성강한 관람객까지 참여하면서 ‘서리체험’은 더욱 활기를 띤다. 마을 이장에게 잡힌 후 그가 뿌린 물을 맞고 희열을 느끼는 관람객이 있는가 하면, 발군의 달리기 실력으로 바람같이 사라진 그의 친구, 그리고 자신을 쫓아오자 서리한 수박을 들고 인질극을 펼치는 관람객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배포되면서 더욱 뜨거운 인기를 끌기도 했다.
#2. 한국 민속촌 내 위치한 냇가에서는 직접 만든 대나무 총을 이용해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도와 물총 쏘기를 도와주다가, 부모가 적이 돼 물싸움을 즐기는 가족도 있었다. 뛰고 몸을 쓰는 ‘서리체험’이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물총쏘기, 천렵체험 등의 시골 물놀이 체험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앞의 두 체험이 격렬하다면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체험도 존재한다. 부채공방 장인과 함께 만드는 전통부채 만들기, 대나무로 만드는 잠자리채 만들기, 나만의 밀짚모자 만들기, 봉숭아꽃 물들이기 등이 대표적이다. 체험 코너 외에도 한국 민속촌에서 제공하는 줄타기, 마상공연 등 전통의 공연을 보고 즐거워 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살아있는 진짜 전통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앞세워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한 한국 민속촌은 현재 SNS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 전략 등으로 관람객의 나이를 낮추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실제 관람객 연령대를 비교해 봤을 때 2012년까지 주 관람객들의 연령층이 40~50대 사이의 중장년층이었다면, 현재는 20~30대 관람객이 무려 80%나 증가한 상황이다.
여자 친구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한국 민속촌을 찾았다는 이민호 씨(24세)는 “학교 다닐 적에 제일 오고 싶지 않은 장소 1순위가 한국 민속촌이었는데, 어른이 된 이후 내 발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독특한 SNS 홍보와 알바생들의 활약으로 한국 민속촌이 지루하고 따분한 곳이 아닌, 생기 넘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어느 덧 한국 민속촌의 명물이 된 ‘민속촌 거지’를 보기 위해 곳곳을 찾아다니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한국 민속촌을 방문한 김지혜 씨(21세)는 “알바생을 찾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으며, 박하나 씨(21세)는 “알바생 뿐 아니라 실제 전문가들 또한 많아서 놀랐다. 한국 민속촌 내에 점집이 있기에 그냥 꾸며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짜 사주를 보는 점집짐이어서 깜짝 놀랐다. 한약방에 십전대보탕도 팔더라”고 감탄했다.
한국 민속촌 하면 빼놓을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사극촬영’이다. 81년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을 통해 사극촬영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한국 민속촌은 2000년대 들어서 영화 ‘스캔들’ ‘왕의 남자’ 드라마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비밀의 문’ 등 최근까지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 등 촬영팀이 꾸준히 찾고 있다. 조선시대의 마을 풍경이 잘 꾸며진 한국 민속촌은 ‘사극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사극촬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사극촬영은 관람객들이 ‘한국 민속촌’을 찾는 주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각 드라마 속 주요 장면이 된 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심지어 스타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찾아다니는 외국인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한층 젊어진 마케팅과 변화로 세대를 아우르는 명소가 된 ‘한국 민속촌’이지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74년 개관당시 한국민속촌의 최대 과제는 바로 ‘고증’ 문제였다. 한국 민속촌 내의 가옥이 얼마만큼 일반적인 조선시대의 민속이나 상류주택과 민가를 잘 나타내고 있느냐의 설전이 오갔으며, 민속촌 내 전통 가옥의 구성이 실제의 전통적 생활과 맞지 않다는 지적 또한 있어왔다. 각 가옥에 대해서 원래의 원형과 고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해나가기는 했으나, 민가의 형식적인 재현과 공간구성상의 왜곡과 변형, 안내문의 오류와 미흡, 전통민가에 대한 투자와 관리 소홀 등은 2010년대에 돌입해서도 언급됐던 문제들이다.
민속 문화에 대한 전승과 체험이라는 교육적 기능에서 시작한 한국 민속촌이 점점 상업적 기능이 강한 테마파크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한국 민속촌 내에는 전시된 민속 가옥 못지않게 편의점과 기념품점, 음식점이 과하게 많다는 지적 또한 있다.
민속촌을 찾은 한 관람객은 “멀지 않은 곳에 매점이 있어 편하기는 했지만, 조금 과하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장사에 치중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