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기가 힘들잖아요. 뉴스를 보더라도 좋은 얘기는 없고 늘 짜증나는 얘기만 나오니까 사람들이 화 나 있어요. ‘베테랑’은 쌓였던 짜증을 속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영화예요. 관객이 통쾌함을 느끼길 바랍니다.”
서도철 역을 맡은 황정민(45)이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류 감독이 ‘베를린’을 찍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표정이 안좋았다. 다음에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우당탕하는 영화 찍자고 약속했는데 그게 이 작품”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 영화는 “우당탕” 굴러간다. 화물창고, 시내 한복판, 술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움판이 벌어진다.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잖아요. 우리는 진짜로 싸우듯 찍었어요. 주먹 쥐고 보시게 될 거에요.”
‘부당거래’, ‘신세계’ 를 찍은 그는 “액션은 해도해도 어렵다”고 했다.
“때리는 척, 맞는 척을 하면서 실제처럼 보여야하니까 쉽지 않죠. 까딱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어요. 흥분하지 않고 누르면서 연기죠.”
40대인데 체력이 부치지 않냐고 묻자 “전혀. 톰 크루즈도 매일 매달리는데…”라고 한다.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의 속어)가 없냐”며 무대뽀로 달려드는 서 형사는 자신과 닮은 꼴이라고. 부인한테 등짝을 맞고 사는 점도 비슷하다.
“고등학교때 연극하겠다고 해서 (부모님께)핍박 받으며 3년을 버텼어요.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걸 보면 제게도 무식함과 우직함이 있지요.”
1990년대 ‘장군의 아들’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연기를 쉰 적이 없다. 지난해 ‘국제시장’으로 1000만명을 모았지만 “잘되고 못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지금도 모든 촬영 현장에 늘 한시간 먼저 도착한다.
“(흥행에)휘둘리면 배우가 될 수 없어요. 매 작품이 새로우니까 힘들지 않아요. 똑같은 일이었다면 지겨워했겠지만, 매번 새로운 인물이잖아요. 작품 앞에서는 늘 가슴이 뛰어요.”
하나뿐인 아들(초 3)도 좋아하는 일을 찾길 바란다고.
“연기가 좋다면 시켜야죠.
웃을때 눈가와 이마에 패인 주름이 도드러졌다. 흰머리도 많았다.
“배우로서 산 인생이 20년인데, 얼굴에 남아있는 게 당연하죠. 나이에 맞게 살아갈거에요. 대신 잘 늙고 싶어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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