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대형 창작뮤지컬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명성황후’ ‘영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이 매년 재연무대에 오르는 작품 뿐 아니라, 2011년 ‘광화문연가’ 2013년 ‘그날들’과 2014년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형 창작뮤지컬들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같은 작품들의 성공은 더 이상 라이선스 뮤지컬에 의존하지 않아도, 잘 만든 창작 뮤지컬 하나로 얼마든지 시장 구조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쳇말로 ‘잘 만든 창작뮤지컬, 열 라이선스 뮤지컬 안 부럽다’인 셈이다.
그동안 창작뮤지컬은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등에서 물 건너 온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발전을 이룬 국내 뮤지컬 시장과는 달리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과 미국의 뮤지컬 시장이 역사적으로나 작품적으로나 더욱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뮤지컬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일각에서는 2015년 현재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 봐도 한국 뮤지컬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근 내한공연을 온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 공연보다, 한국 배우들이 공연한 ‘시카고’가 호평을 듣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뮤지컬의 수준이 한층 더 진보됐음을 알려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라이선스 뮤지컬에 의존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은 조금씩 창작 뮤지컬을 육성하고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으로 변화되고 있다. 뮤지컬이 상업성이 강한 장르임에도, 국가가 정책적으로 창작뮤지컬의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해 창작 지원금이나 재공연 지원금을 수여하는 것이나, 예년에 비해 올해 국내 대형 공연 제작사의 창작뮤지컬 제작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아리랑’ 프레스콜 현장에서 “‘아리랑’이라는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있어서, 미래의 대형 창작 뮤지컬을 끌어올리느냐 수입 뮤지컬로만 이 상태를 평균치를 유지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고 평하기도 했다.
대형 창작뮤지컬의 제작이 활발하기 이뤄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내 창작뮤지컬의 해외시장 진출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라는 악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뮤지컬 제작사가 흔들리고, 평균 관객수가 줄어드는 등의 피해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오랫동안 뮤지컬계에 곪아있던 상처가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던 공급 과잉과 스타마케팅에 따른 고액 출연료, 제작비 거품과 현 한국 뮤지컬 시장의 한계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한국 뮤지컬시장 성장의 한계가 전망되는 가운데, 창작뮤지컬로 해외 시장 진출을 겨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 중 하나다. 이미 일본시장에 진출한 창작뮤지컬들이 한 두 작품이 아니며, 현 중국은 대형 공연장이 10여 개 생기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연장 클러스터 구축을 계획하는 등의 뮤지컬 문화의 태동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다.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를 제작하고 있는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마타하리’는 처음부터 세계진출을 염두하고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국내 제작진이 아니라 해외제작진으로 구성했다”며 “지금까지 여러 라이선스 작품들을 제작한 만큼 해외 작품을 국내화로 번역하는데 자신이 있지만, 반대의 사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제작진으로 구성함으로써 한층 세계 시장에 걸맞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