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연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000여 팬들의 환호에 엔돌핀이 샘솟았다. 2시간 넘게 격렬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는데도 공연 전보다 되레 기운이 났다. 보아는 23일 무대에서 이같이 말했다. “막상 공연을 시작하니까 힘이 막 나는거에요.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정말 힘들었는데 어제 공연 마치고 집에 갈 때는 너무 멀쩡했던 거 있죠.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잠이 안오더라고요(웃음).”
보아는 무대 위에서 더 에너지 넘치는 천생 가수다. 체계적인 스타육성 수업을 받고 해외에 진출한 최초의 K팝 스타이자 해외에서 K팝 열풍을 일으킨 선구자이기도 하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참가해 발탁됐다. 오랜 연습기간을 거친 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2000년, 2001년 데뷔했다. 이후 보아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달성하고, 지금까지 앨범 1000만장을 팔아치웠다.
이젠 스무살 체력이 아닌데다 2년 7개월만의 공연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23일 콘서트는 성실했다. 보아는 이날 공연에 총 일곱벌의 의상을 갈아입으며 쉼 없이 33곡을 내리 불렀다. 보아가 직접 출연해 각기 다른 스토리를 담은 영상이 5개나 준비됐다. 세종문화회관의 낡은 시설 환경을 극복할 만한 화려한 무대장치가 여럿 설치됐다. 기타·베이스·퍼커션·드럼·키보드 등 밴드 세션 7인이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연주했다.
보아의 모든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보아의 역대 공연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을 만 하다. 평소 잘 추지 않았던 탱고 춤은 물론 2003년 이후 한번도 라이브로 부르지 않았던 히트곡 ‘아틀란티스 소녀’도 선보였다. 보아는 이날 기자들에게 “아틀란티스 소녀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 쉽게 꺼내지 못하는 노래인데 이제는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보아는 노래와 춤을 동시에 선보이는데도 호흡이 전혀 달리지 않았다. 음이탈을 하거나 춤동작이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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