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 다음으로 2번째 큰 섬인 사르데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마을이다. 양치기와 농사 같은 육체노동을 하고 의료혜택이 열악한데도 비슷한 시기 유럽·북아메리카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무려 20~30년 가량 오래 산다. 100세 이상 노인이 수두룩하고 대부분이 80~90세가 되도록 정정하다. 사르데냐의 장수 현상을 연구하는 이 지역 출신 의사 조반니 페스 박사는 오랜 기간 고향 어르신들을 검진하면서 비결을 알아냈다. 그것은 가족 친지 이웃과 얼굴을 긴밀히 마주하는 ‘접촉’이었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어느 집 할머니가 편찮으시고,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친밀하다. 이들은 크고 작은 일을 서로 돕는다. 자식이 장성한 뒤에도 부모와 끈끈한 연을 유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르데냐는 수백년동안 대륙의 침략자와 해적의 습격을 받아왔다. 자연히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요새 속에 숨어살았다. 저자는 “여기선 그 누구도 혼자 오래 남아있지 못한다”며 “지정학적 고립은 끈끈한 가족애와 공동체 정신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브러검영대학교의 심리학자 줄리앤 홀트 룬스태드의 연구팀은 인간관계와 수명 사이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30만9000여명 대상 148건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 2010년 분석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혼자 고독하게 지냈던 사람들보다 사망의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장기간 총알을 피해 살아남을 확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사르데냐 장수 비결을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 관계에서 끼니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같은 식탁에 마주 앉아 먹을 수 있어야 관계가 성립한다. 가족과의 정기적인 식사가 아동 두뇌발달과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엔 이런 사실을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 20세기 전반 나치 독일은 2000만명에 달하던 독일 점령 지역 유대인을 유럽 주류사회로부터 격리하려고 했다. 전방위적 선전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잘 되지 않았다. 독일 시민들 사이에서 동정심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냈다. 그건 바로 시민들이 유대인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이런 차별은 비슷한 시기 미국 남부 흑인들에게도 있었다. 흑인들이 백인들과 같은 물통이나 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짐 크로법’이 100년 가까이 지속됐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이 많다. 당장 미국만 해도 6200만명 이상이 외로워서 불행하다고 이야기한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탓이다. 요즘엔 PC나 스마트폰이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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