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9월 29일 영국 해군 군목이었던 존 코프(한국명 고요한) 신부가 인천 제물포항에 발을 디딘다. 그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성품된 한국 초대 주교였다. 그가 한국 땅에서 선교를 시작한 지 올해 125년이 지났다. 대한성공회가 선교 125주년 행사를 다음달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주교좌성당서 여는 이유다.
올해는 성공회로서는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한국인 첫 세례자이자 사제인 김희준(마가) 사제가 서품된지 100주년이 된 해며 한인 첫 주교(이천환)가 탄생한 지 50주년이다. 한국인 주교가 첫 주교가 됐다는 것은 한국 교단이 자체적인 리더십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서울교구와 대전교구가 설립된 지 각각 50주년, 부산교구 설립도 40주년을 맞았다.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그간 한국사회가 갖는 문제가 뭘까 고심했다. 그것은 결국 분열이고 갈등이었다. 그래서 성공회는 125주년을 맞이해 우리 사회에 ‘화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헨리8세가 이혼하기 위해 영국 국교회를 창설했다는 통설에 대해 교무원장은 “당시 성공회가 탄생하던 시기는 민족국가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영국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국교회가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성공회 성당은 120여개이며, 교인은 5만명 수준이다. 사제는 230여명이고 주교는 3명이다.
성공회의 장점은 개방성과 중용을 우선하는 문화라고 김진세 의정부교회 신부는 설명했다. 그는 “성공회는 역사적으로 극과 극은 피하자는 중용의 미덕을 견지해 왔다”며 “특히 교회의 사회적 책무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는 그간 노숙인과 외국인 노동자 권익 문제에 힘써 왔다. 특히 사회의 불의와 차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 유시경 교무원장은 “성공회는 작지만 의미있는 교회가 되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욕심덩어리로 비쳐지면서 사회에 중요하게 역할을 하던 시대가 지난 것 같다. 이제 숫자보다는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3일 125주년 기념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부 관계 인사와 주한 외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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