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줄이 길게 늘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공연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MD(머천다이즈, 공연기념상품)부스다. MD부스 앞에 늘어진 관객들의 줄은 공연의 감동이 크면 클수록, 더욱 길게 늘어진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공연의 프로그램 북 혹은 OST CD로 한정됐던 MD들은 공연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마니아층이 형성됨에 따라 점차 다양해져갔다. 기념할 수 있는 물품을 통해 공연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간직하고 싶은 관객들은 색다른 관련 상품을 요구했고, 이는 각 제작사들의 공연의 브랜드화를 통한 마케팅 전략과 맞아 떨어지면서 MD시장의 탄생을 부른 것이다.
MD시장의 발전은 각 공연의 로고가 세겨진 투명 보틀, 머그컵, 열쇠고리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을 물론이고, 피규어, 차량용 디퓨저, 오르골, 스노우볼, 화장품, 휴대전화 이어캡 등으로까지 진화해 나갔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는 법, MD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는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일부 제품들은 인기가 치솟는 바람에 공연 초반부터 품절 사태를 빚게 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뮤지컬 ‘드라큘라’다. 당시 ‘드라큘라’ MD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가 출연한 만큼 다른 공연에 비해 3~4배 많은 물량을 풀었음에도 개막 이틀 만에 MD였던 물병과 컵을 완판 시킨 것이다. 공연 첫날 ‘드라큘라’ MD를 사기 위한 관객들로 인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부터 야외 분수광장까지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경우 극중 주인공 롤라와 찰리의 빨간 롱부츠를 본떠 만든 휴대전화 이어캡 600개가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 됐으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장미꽃 조화를 매단 ‘플라워 펜’ 1차 제작분 100개가 2주 만에 완판 됐다. 뮤지컬 ‘프리실라’의 MD였던 립스틱 모양 볼펜 역시 개막 직후 없어서 못 파는 매진 사태를 일으켰다.
획기적인 기획과 공연과의 밀접함으로 사랑을 받았던 MD도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지킬 박사의 실험실에 등장하는 메스실린더를 형상화 한 컵과 공연에서처럼 홀로그램 영상이 나오는 거울, 지킬 박사가 근무하는 성주드 병원의 링거병을 본뜬 가습기를 제작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른 MD에 비해 가격은 높았지만, 공연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들으며 꾸준한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MD의 발전은 작은 공연장을 벗어나 일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기까지 했다. ‘킹키부츠’는 화장품 브랜드 엘르걸과 손잡고 극을 대표하는 색깔인 레드컬러의 립스틱과 네일세트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또한 홍차브랜드 니나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티를 판매, 실제 무대 위 인물들이 마시는 홍차의 느낌을 전해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수제캔디 브랜드인 파파버블은 지난 2013년 ‘브로드웨이 42번가’ ‘킹키부츠’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캔디를 출시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연이미지와 실용성을 높이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여는 MD도 있다. 연극 ‘유도소년’은 유도복 캐릭터 USB를 팔아 호응을 얻었으며, 연극 ‘푸르른 날에’는 극에 등장하는 파란 손수건을 판매하면서 관객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소극장 연극의 경우 MD부스가 아닌 좁은 티켓 부스에서 판매됐지만, 입소문을 타며 꾸준한 판매 성과를 올렸다.
MD 시장의 발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프라인 공연장에 한정됐던 MD부스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온라인 ‘씨제스 스토어를 통해 프로그램 북은 물론이고 티셔츠와 열쇠고리, 에코백, 포스트잇 등을 판매했다.
엄밀히 말해 MD는 아니지만, 알음알음을 통해 소량으로 공유되는 제품도 있다. 성소주자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정체성, 자긍심을 다룬 연극 ‘프라이드’에 깊은 감명을 받은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극의 상징인 무지개 색과 돌고래 장식을 이용해 만들어진 팔찌를 만들면서 원하는 관객들에게 재료값만 받고 나눠주기도 했다. 2014년 초연 당시 관객 스스로 공연관련 제품을 만들 정도로 제작요구가 빗발쳤던 레인보우 팔찌는 2015년 재연에 오면서 정식 MD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