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은미의 ‘땐스’ 3부작중 한 장면 |
파리가을 축제에 초청된 현대무용가 안은미(53)의 ‘땐스’ 3부작 풍경이었다. 세 작품 중 60∼80대 할머니들이 출연하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단순한 몸짓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켜켜이 묻어 있었다. 이 화제의 춤을 서울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여성 작가 12명과 남성 작가 1명이 참여하는 ‘댄싱마마’전을 연다. 여기서 하이라이트 작품은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전국을 일주하며 할머니들의 즉흥 몸짓을 촬영·기록하고 이를 안무로 해석한 작업이다. 막춤을 추는 무대는 다양하다. 생선을 파는 시장통과 미장원, 정류장, 마을회관, 모내는 논 등 실제 삶의 터전이다.
팔을 앞뒤로 움직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굽은 허리에 몸을 흔드는 몸짓 등 세월이 만들어낸 몸짓은 그 자체로 무용이 되고 몸의 역사가 된다. 배명지 큐레이터는 “할머니들의 몸의 현란한 움직임은 의미 없는 막춤이 아니라 역사와 삶의 기억이 축적된 인류학적 몸짓”이라고 해석했다.
안은미의 막춤 퍼포먼스는 달라진 페미니즘의 단층을 보여준다. 1970년대 여성 페미니즘 작가들의 신체 퍼포먼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공격적이고 가학적인 몸짓으로 대응하는 ‘저항의 몸짓’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여성 작가들조차 페미니즘을 기피하게 만들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댄싱마마’ 전은 이런 페미니즘의 전형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여성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영상과 사진 작업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작가 홍이현숙의 ‘폐경의례’도 웃음을 자아낸다. 작가 자신의 폐경 경험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영상 시리즈인데, 작가는 동네 현수막 게시대 곳곳에 ‘나의 몸이 폐경을 하였습니다. 당신의 폐경은 어떠신지요?’ 등의 문구를 쓴 현수막을 걸고 그 앞을 지나가면서 이를 사진에 담았다. 또 남의 집 담벼락에 올라가 거닐거나 축지법을 이용하는 것처럼 주택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아다니는 작가의 퍼포먼스를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폐경을 월경이 닫히는 것(閉經)이 아닌 경계를 허무는 것(廢境)으로 보는 작가의 확장된 관점이 담겨 있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여성 예술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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