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셰프들
대안스님의 "나(눔)비(움) 식탁"
10여년전 부터 템플스테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명 ‘절밥’이라는 사찰음식의 인기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종교적인 차원이 아닌 보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다.
자연을 담은 음식인 사찰음식은 사계절 자연밥상이다. 어느 음식보다도 건강식인 사찰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경남 산청에 있는 금수암의 주지인 대안스님이다.
대안스님은 1960년 전라도 전주에서 10남매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26살 때 삶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다 스님의 삶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부모님들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의 오빠, 언니들은 부단히 그에게 평범한 삶을 살도록 권유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1986년 해인사 국일암에서 출가의 길에 들어섰고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1992년 정식 비구니가 되었다.
사찰음식은 불가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만드는 음식이다. 불교가 생긴 이래 쭉 이어진 것으로 역사는 무려 1700년에 달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음식은 인간의 배고픔을 채우는 일상이 아니다. 매일 자신과 접하는 채워진 밥그릇의 기쁨보다는 깨끗하게 비움을 통해 심신의 수양을 쌓는데 더 큰 의미를 찾는다.
또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수고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에 감사한 마음을 새기며 적당한 양만을 먹고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안스님은 사찰음식의 의미에 대해 불교의 율전인 사분율에 기록된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라, 제철의 음식을 먹어라, 골고루 섭생하라, 과식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하라"라는 말로 압축해 설명한다.
그가 말한 문장은 현대의학에서 강조하는 식습관과도 일치한다.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사찰음식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조리해보려는 움직임도 눈에 뛴다.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점의 대표인 그는 손님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성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당에게도 주문하는 것이 있다. 맛에 대한 성찰이다.
사찰음식도 음식이다 보니 맛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인 맛만이 아닌 세련되면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노력이 사찰음식 대중화에 큰 몫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불교와 채식의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사찰음식이 한식의 베이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유산의 가치도 있다.
수행음식, 자연음식, 저장음식, 발효음식, 건강음식이라고 불리는 사찰음식은 종류만 해도 1000여 가지가 넘는다.
적문스님, 선재스님, 정관스님, 우관스님과 함께 사찰음식 전문가 1세대인 그는 한국 사찰음식의 연구와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사찰음식을 처음 배울때만 해도 전해오는 문헌을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단지 사찰의 노스님들을 통해서만 배웠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대학에서 식품영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음식의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그의 식탁은 식물의 뿌리부터 줄기, 열매, 꽃까지 모든 것을 한 상에 담는다. 그것은 음식이 주는 메세지를 대중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자 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존귀함과 공존의 의미 부여를 위한 생명의 학교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불교의 수행은 나를 끊임없이 비우는 것이다. 매일매일 맞이하는 그의 식탁은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마음을 나누고 비우는 명상의 시간이다.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에게 위로를 주는
마지막으로 대안스님은 한국의 사찰음식이 세계인의 건강한 밥상이 되어 인류의 행복을 위한 음식이 되기를 기원했다.
"한 숟갈의 밥알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에 우주의 기운이 스며 있다 " - 대안 -
[기획·글=이길남 / 사진=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