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래식 공연에서 ‘마티네(matinee·낮 공연)’라는 단어를 흔히 볼 수 있다. 마티네는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matin)에서 나온 말로 19세기 프랑스 시인들이 극장이 비는 낮 시간에 낭송회를 했던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주로 클래식 실내악이나 오페라를 위해 활용되던 마티네 무대에서 우리의 판소리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판소리 공연은 마티네라는 서양 용어 대신 ‘한 낮’을 뜻하는 ‘오천(午天)’이란 이름을 입었다. ‘오천의 판소리’ 세 번째 무대 ‘사랑, 춘향’이다.
‘사랑, 춘향’은 지금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가장 잘 알려진 ‘춘향가’를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주부 등 일반 관객들을 위해 낮공연으로 기획됐다. 원래 판소리가 소리꾼과 고수, 단 두 명이 대여섯 시간 이상 공연을 이끌어가는 형식이라면 이번 공연은 다르다. 1시간 20분 정도로 극을 압축하고 춘향·몽룡·방자 등 역할을 각기 다른 소리꾼이 맡게 해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시켰다.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 형태와 유사한 우리 고유의 창극과 ‘1인극’에 가까운 판소리의 특징을 일정 부분 섞은 셈이다.
연출을 맡은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는 “고수와 소리꾼이 펼치는 판소리는 전통적인 형식미가 있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관객들이 이를 좀 더 편하게 귀 기울일 수 있게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판소리의 장점을 지키되 아쟁과 대금 등 악기 반주도 다양하게 넣고 소품도 활용하며 연기적 요소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한 명창인 한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방자와 도창(관객의 흥을 돋우며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 역할까지 맡았다.
판소리를 마티네 형식으로 선보이는 것 역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사랑 춘향’은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오천의 판소리’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 낮에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평소 저녁 시간대에 공연장을 자주 찾지 못하던 40~50대 이상의 관객들이 객석을 촘촘히 메우는 편이다. 한 시간이 넘는 본격적인 판소리 공연을 낮 시간에 하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한 교수는 “소리꾼들은 대부분 목이 쉬어 있는 상태라 오전에 소리를 하는 게 거의 금기라서 보통 저녁 때 관객들을 만나는데, 이번은 예외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선보인 ‘심청의 재구성(심청가)’은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이뤄졌다. 공연을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애초 시리즈의 목적이 판소리를 여러 역할로 나눠 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번 춘향가 무대가 기획의도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히 감상해야 하는 정적인 클래식 공연에 비해 추
각종 주요 창극 무대에서 주역을 거친 국립창극단 단원 민은경·김준수 씨가 각각 춘향과 몽룡 역을 맡았다. 황준연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이 공연의 해설을 맡는다. 문의 (02)399-1000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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