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잊고 지냈던 이 두번째 본능에 눈을 뜨라고 주문(呪文)하는 책이다. 아이젠하워, 프랜시스 퍼킨스, 아우구스티누스, 조지 엘리엇 등 8명의 인물을 통해 어떻게 굳건한 인격을 일궜는지, 강철같은 자기 중심을 세웠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이름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다. ‘보보스’와 ‘소셜 애니멀’의 저자이자 예일대에서 강의하는 이 스타 작가는 쉰살이 넘어 자기반성을 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자기애에 빠진 떠벌이가 되어 돈을 벌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로운 내적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는 ‘빅 미’(Big Me)의 시대였다. 자신을 낮추는 대신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도록 권장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예를 들어 1948~1954년 심리학자들은 1만명이 넘는 고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자신을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지 물었다. 12%가 그렇다고 답했다. 1989년 같은 질문은 받은 학생들은 남학생 중 80%가, 여학생 중 72%가 자신을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자가 ‘겸양의 미덕’에 주목한 것은 자화자찬하는 사람은 늘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욕구에 탐욕스럽게 허덕인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겸손한 사람은 존경심과 동료애, 감사하는 마음이 배어있었다. 겸손하다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고,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상당수가 왜곡되고 그릇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겸손이 지혜로 이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첫장부터 죽비처럼 내리치는 일갈. 임마누엘 칸트는 말했다.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 인간을 결함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건 전통이었다. 인류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고,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인격 형성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내적 성장의 출발점은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견고한 내면을 만들어낸 인물 중 한명이 조지 마셜이다. ‘마셜 플랜’이라는 역사적 유럽 부흥 계획의 수립자로 남으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군인으로 이름을 남긴 마셜은 학창 시절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였다. 사관학교에 진학하려다 형에게 집안 망신을 시킬 것이라는 말을 기도 했다. 진학후 그의 삶을 지배한 것은 절제력과 통제력이었다. 자신의 결함이 쉽게 극복되지 않으리라 믿고 외적으로 예의범절이라는 방화벽을 쌓아 노력했고, 결국 강인한 군인으로 거듭났다.
그런가하면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은 육체적 장애와 극심한 가난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한쪽 눈의 시력과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크고 못생기고 흉터 가득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평생 그는 살았다. 그럼에도 ‘육체적 고통에 빠진 사람은 편해지고 싶어 한다’며 자기연민을 경계했다. 독학으로 닥치는대로 책을 읽으며 공부했고, 열아홉에 옥스퍼드에 진학했다. 진학 1년만에 돈이 떨어져 학업을 포기한뒤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고, 20대 후반끼지 재난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시기 프리랜스 작가로 시, 희곡, 정치 에세이, 문학 비평, 기사 등 장르를 막론하고 글을 썼다. 담요에 팔이 하나 나오는 구멍을 뚫고 쓴 이 글은 영국 저널리즘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자신과 대면하는 훈련으로서의 글쓰기였다.
사십대 이후가 되자 영국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받들기 시작했다. 1746년 존슨은 영어사전을 만드는 계약에 서명했다. 프랑스 학술원에서는 17세기 40명의 학자자 55년 동안 매달려 완성했지만, 존슨은 6명의 조수를 데리고 8년만이 이 일을 끝냈다. 이 사전으로 존슨은 영문학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그런에도 그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며 교류했다. 죽기전까지 열정적으로 일하며 72살에는 52명의 시인에 관해 쓴 ‘시인들의 삶’을 집필했다. 존슨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구원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는 말했다. “역경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정복하는 것은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양한 결함을 가졌다. ‘고백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나 새뮤얼 존슨은 내성적이었다. 뉴딜의 막후 조력자인 프랜시스 퍼킨스는 성취를 위해 정치판에서 자기 손을 더립히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인권운동가’ 베이어드 러스틴은 문란했다. 조지 마셜은 겁이 많고 소심한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함으로 인해 구원받았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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