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바퀴, 언어 |
기마수레는 단지 물자를 수송하거나 전투에 나갈 때만 쓰였을까. 신작 인문서 ‘말, 바퀴, 언어’(에코리브르 펴냄)의 저자 데이비드 앤서니 미국 하트윅대 교수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선언한다. 말과 바퀴. 이 두 가지로 인류는 수천년에 걸쳐 전세게 곳곳에 ‘그것’을 퍼뜨렸다. 유라시아 초원의 기마인들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것을 이동시켰다. 70억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억명이 여전히 매일 사용하는 그것은 다른 아닌 ‘언어’다.
저자 앤서니 교수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인류 수천년의 장대한 언어사를 831쪽의 책에 압축해냈다. 오늘날 그리스, 근동, 유럽, 이란, 인도대륙 등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하나의 언어에서 파생됐다는 것. 그것은 인도·유럽에서 쓰였던 공통조어다.
인도와 유럽 지역에서 쓰이던 언어는 구어(口語)로서는 이미 4500년 전에 종언을 고했다. 남겨진 문자 기록도 없고, 현재 사용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언어는 현생 인류의 모어(母語)로 현재에도 살아 숨쉰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위치한 흑해나 카스피해 북쪽 초원에서 특정 부족이 사용하던 언어가 인도와 유럽의 30억명이 사용하는 언어로 파생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21세기에 사용중인 이 시대의 언어는 수천년 전 과거 인류가 사용하던 ‘언어의 화석’이라고 그는 봤다.
“선사 시대 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가치와 신념을 복원할 방법이 있을까? 그들은 어떤 다른 매개체에 단서를 남겼을까? 그 매개체는 바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다. 우리의 언어는 수많은 화석, 즉 놀랄 만큼 오래된 화자들이 남긴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기마와 바퀴 달린 수레는 공통조어가 전 세계로 파급되는 수단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말을 길들여 가축으로 삼았고, 초원에 바퀴 달린 수레가 발명되면서 이 공통조어는 각 지역에 언어의 씨앗을 뿌렸다. 게르만어, 발트어, 슬라브어, 켈트어, 이탈리아어, 아르메니아어 등이 모두 이 공통조어에 뿌리를 뒀다.
운송기술의 혁신, 즉 기마문화는 언어의 확산에 기여하는 제1조건이었다. 유라시아를 서로 연결되지 않은 문화 집합체에서 상호 작용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행시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말에 물린 재갈은 인간이 가축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였고 두 바퀴나 네 바퀴가 달린 기마수레는 초원에 밀집한 경제 시스템에서 하나의 혁명으로 나아갔다. 인도·유럽의 공통조어는 이 두 가지로서 현재까지 살아남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 ‘말, 바퀴, 언어’의 압권은 기마의 기원과 그 시대를 밝혀내는 대목이다. 앤서니 교수는 말의 치아에 나타난 재갈 마모 흔적을 통해 기마의 기원을 서기 전 4000년 이전으로 끌어올린다. 인간의 기동성은 말의 가축화에서 무궁한 진보를 거뒀고, 그 결과 언어가 공간적으로 팽창하는 데 기여했다고 그는 강조한다.
선사시대의 언어와 그 언어의 확산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선사 시대의 부족 사회에 살던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고 것은 앤서니 교수도 인정한다. “고고학은 그들 삶의 어떤 부분에는 밝은 빛을 비추지만 대부분을 어둠 속에 남겨둔다.”
하지만 고고학과 언어학의 합작품인 이 저서로 저자는 현생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는, 문자가 발명되기도 전인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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