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의 통찰은 수천년 뒤 유럽 대륙에서 재현됐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독일의 경제적 힘이 급속도로 강해지자 그 전까지 압도적인 강대국이던 영국과의 알력이 생겨났다. 1차대전의 서막이었다. 당시 많은 유럽인들은 두 진영의 충돌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저자 리처드 로즈크랜스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냉철한 시각에서 21세기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국제사회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즉 서양 세력이 서로 힘을 단단히 뭉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이에 대한 서양 국가들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두 세력 간 충돌 가능성을 없애기 위함이다. ‘압도적인 세력 불균형’을 형성해 어느 누구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안정적이며 확고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한국을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떠오르는 세력’인 중국의 연장선상에 놓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은연 중에 힘을 합해야 할 서양의 일원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도 서양 세력 동맹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서양은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만큼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교육체제와 기술력이 잘 갖춰진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자신의 나라이자 흔히 초강대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에 대해 ‘결코 혼자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더없이 냉철한 모습을 보
21세기 국가들 간의 역학관계를 분석, 도발적인 아젠다를 제안한 로즈크랜스의 이번 책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2013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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