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리빙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가?
A. 처음부터 리빙 쪽 일을 해온 건 아닙니다. 대만,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국내 대기업의 대만 지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죠. 이후 독일, 홍콩, 중국, 인도네시아 등을 거치며 패션 분야의 마케팅부터 상품기획 총괄까지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게 참 인상적이었던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였어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곳의 공간 디자인에 홀딱 반한 거죠. 워낙 천연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보니 꽃, 풀, 나무 등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살린 공간 디자인이 머무는 이로 하여금 더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고 있었어요. 또한 이러한 천연 자원을 가공해서 가구나 각종 소품 등을 만들 때도 각 재료가 가진 특징을 장점화해서 공간을 더욱 멋스럽게 꾸미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인도네시아 발리의 휴양 리조트에 가보면 자연친화적인 공간 안에서 마치 지상 낙원에 와 있는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러한 편안함을 우리나라 주거공간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첫 시작은 이 발상부터였습니다.
↑ JAYDAEK 제갈혜정 대표 / 사진 = JAYDAEK |
Q.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창조해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자연친화적인 콘셉트의 리빙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내로라하는 풀빌라에 가야 볼 수 있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부터 가구,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셀렉션을 국내 주거 및 상업 공간 등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오기도 하지만, 제가 원하는 자재와 디자인으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직접 제작해서 국내에 공수해 오는 것이 특징이죠. 당장 하나쯤 집에 두고 싶을 정도의 ‘규화목’ 스툴은 희귀성도 높고 어떻게 활용해도 근사해서 저희 회사의 히트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공간을 독창적이면서도 멋스럽게 스타일링하기 위해서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바잉과 스타일링, 데코레이션까지 총체적으로 도맡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전면적인 레노베이션을 하거나 기존의 가구 및 소품들을 싹 다 바꾸는 식은 아니에요. 다만 기존의 공간과 물건들에 이국적인 오브제를 더해줌으로서 믹스 앤 매치를 시도하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간 디자인을 생각할 때 전형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신혼 초에 사들인 세트 가구에 평범한 컬러와 디자인의 소품들만을 매치해 둔 채 주거 공간 자체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많고요. 조금만 과감한 발상을 해보면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충분히 그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고요. 특히 전 기존의 가구나 소품을 활용해서 업사이클링을 하는 것 또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공간 소품을 업사이클링하는 노하우가 있는지?
A. 우리가 흔히 예뻐지기 위해서 몸의 군살을 빼기 위한 노력을 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실내 공간이 멋스러워지기 위해서는 집 안의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것이죠. 이때 쓰레기라고 해서 무작정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아이디어만 보태면 디자인 오브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요. 물론 덩치가 큰 침대나 식탁 등의 가구는 재가공이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패브릭을 바꾸고 페인팅을 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작업들이 아니거든요. 작업 과정이 다소 어설프고 결과물이 엉성해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업사이클링은 직접 만든 듯한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 더 멋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의 공간을 면밀히 살핀 후 무용지물이 된 잡동사니들을 먼저 찾아내요. 그런 것들을 버리기 보다는 컬러의 변화를 주고 기능을 달리하는 등의 간단한 과정을 거쳐 공간 데코에 활용합니다. 그러면 공간의 주인들도 오랫동안 사용하며 정 들고 손 때 묻은 물건들이 재탄생하는 과정에 매우 큰 만족감을 느끼죠. 심지어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비틀어지고 울퉁불퉁해 쓸모없어진 나무판을 가지고 여기저기 손 본 후 그 느낌 그대로를 살려 제 쇼룸에 걸어놨더니 지나가며 본 사람들이 이를 예술 작품으로 오해하고 판매를 희망하기도 했으니까요. 커피 원두 자루로 만든 각종 생활 오브제는 실제 저희 쇼룸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기도 합니다.
Q. 실제 어떤 공간을 디자인했는지?
A. 지금까지는 주거 공간보다는 상업 공간을 더 많이 스타일링 했어요. 주로 B2B인 경우가 많았고요. 인도네시아의 자연친화적 공간 스타일링을 우리나라 공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상업 공간 중심으로 스타일링을 해 온 거죠. 특히 공간을 초록의 기운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테라리움 작업도 다양하게 진행해왔습니다. 실내 공간 뿐 아니라 야외 공간에도 가벼운 발상 전환만으로 전에 없던 공간을 연출한 적이 있는데요, 강원도 춘천의 한 카페 공간을 스타일링하면서 야외 잔디에 빈백 쿠션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한 거죠. 빈백은 쉽게 말해 커다란 주머니에 충전재를 채워 넣은 좌식 의자로 앉는 자세에 따라 모양이 다양하게 변하거든요. 이를 소양강댐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놓아뒀어요. 나무 그늘 아래 소양감댐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고 한없이 늘어지기 좋은 빈백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겠더라고요.
앞으로는 상업 공간은 물론 대한민국 평균 주거 공간에도 자연친화적인 공간 디자인을 다양하게 접목해 볼 생각입니다. 도심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휴양지의 트로피컬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요.
↑ JAYDAEK 실내 전경 / 사진 = JAYDAEK |
Q. 근래 화제가 되고 있는 ‘제이댁’이란 공간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A. 간판에 ‘JAYDAEK’이라고 적혀 있어서 외국 브랜드로 아는 이들도 있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말 그대로 ‘제이댁’ 인데요, 제 성이 ‘제갈’이라 외국 생활할 때 흔히 불러주던 ‘제이’라는 애칭과 집을 뜻하는 ‘댁’의 합성어입니다. 공식적으로 저의 리빙 쇼룸으로, 인도네시아의 리빙 제품을 소개하는 역할이 중심적입니다. 더 나아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의 기본 아이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는 토털 리빙 쇼룸인 거죠. 다른 쇼룸과의 차별점이라면 이 독특하고 이국적인 공간 안에서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가 펼쳐진다는 겁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심 있는 이들이 언제든 동네 사랑방 찾듯 모여서 이런 저런 수제 아이템들을 만들어보는 거죠. 누구나 언제든지 편안하게 들를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은 활짝 열려있고요. 왜 요즘 우리 바깥에 나가도 뭔가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는 게 고민이기도 하니까요. JAYDAEK에서는 요즘은 꽃 케이크를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를 하는 데 마치 학원처럼 시간이 딱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서너명이 모여 전문 강사와 함께 몇 시간이고 즐겁고 여유롭게 만들어요. 처음 만난 이들도 금세 가까워져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죠.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제가 추구하는 공간 디자인 철학이 전해지는 듯해서 저 또한 즐겁고 뿌듯하답니다. 앞으로 제주나 경주 등에도 JAYDAEK의 문을 열 계획입니다. 그 지역의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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