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뜨거운 감탄사가 시린 공기를 가로질렀다.
9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광장. 갤러리 외벽에 10m 높이 탱화가 설치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건물 높이 3층에 해당하는 거대 불화가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선 영조 때 제작된 18세기 불화인 이 작품은 16일 서울옥션 겨울경매에 부쳐진다. 추정가는 무려 40억원에서 150억원 사이. 낙찰만 된다면 고미술 최고가 기록은 따놓은 당상이다.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낸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K옥션과 서울옥션이 다음주 이틀간 마지막 불꽃 경매를 펼친다. 15일 K옥션은 189점(추정가 117억원)의 미술품을, 서울옥션은 16일 198점(추정가 130억원) 미술품이 내건다.
우선 서울옥션은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상당수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조선시대 야외 법회에 사용됐던 ‘청량산 괘불탱’. 최근 문화재 은닉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한국미술박물관 권모 씨가 소장한 작품으로 우여곡절 끝에 경매에 부쳐진 것이다. 현재 ‘보물 1210호’로 지정돼 있으며 지금까지 고미술 최고가인 퇴우이선생진적첩(겸재 정선 그림 수록)이 기록한 34억원을 경신할 지 주목된다.
또 지난 8월 타계한 천경자(1924~2015) 인물화도 나와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천경자 최고가는 1978년작 ‘초원II’(105.5x130cm)로 지난 2009년 9월 K옥션에서 12억원에 낙찰됐다. 크기가 100호 정도로 큰 반면 이번에 나온 것은 10호 크기(51x43cm)다. 그러나 전성기인 1977년에 그린 석채라는 점과 종교적 색채가 다분한 ‘테레사 수녀’라는 점, 인물화라는 점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점쳐진다. 이 작품은 신비스러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수녀의 모습이 꽃과 나비와 어우러져 있어 누가 봐도 천경자 작품으로 꼽을 만큼 수작이다. 추정가는 8억~12억원이다. 천경자 사후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천경자 작품을 각각 넉 점씩 출품한다.
화랑가에는 1970년대 단색화에 이어 민중미술이 다음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한국 미술사에서 리얼리즘 계통의 민중미술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중미술의 흥행 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서울옥션은 민중미술 20점을 내건다. 민중미술 대표작가인 오윤 신학철 권순철 황재형 강용배 임옥상 이종구 등의 작품들이 얼마나 호응을 이끌어 낼 지 관심이다. 서울옥션 경매는 16일 오후 3시30분이다. (02)395-0330
K옥션은 전통의 묵직한 강호들로 무장했다. 경매 기록 1, 2위를 다투고 있는 김환기(1913~1974)와 박수근(1914~1965),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이 주인공들이다. 지난 10월 47억2100만원에 팔리며 한국미술 최고가 기록을 낳은 주역인 김환기의 전 시대 작품을 아우르는 8점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최고 추정가액 작품은 1940년대작인 반구상 ‘섬 이야기’(40호). 추정가 16억원에 나왔다. 경매 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은 주로 1950년대 파리 시대 작품과 1970년대 점화들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 김환기 열풍에 힘입어 전 시대에 걸친 작품들이 두루 나온 것이 특징이다.
박수근의 작지만 화강암 기법이 도드라진 1964년작 ‘모자’(4~5호)도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미국 매트 유탈 부부의 컬렉션으로 소장돼 있다가 소장자가 작고하면서 국내에 출품된 것이다. 백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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