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 ‘국화 옆에서’ 첫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애송시가 화폭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광대 미술학장을 역임한 이중희는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반추상의 꽃잎을 반복적으로 화폭에 그려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한 편의 시와 한 편의 그림이 짝을 이루는 이색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서림에서 열린다. 1987년부터 해마다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고 있으니 올해로 꼬박 29회를 맞았다. 시인이기도 한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미당 서정주와 청록파 박목월(1915~1978) 시인의 작품을 소재로 화가 10명이 작품 20여점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금동원 노태웅 윤시영 윤장열 이명숙 이중희 전준엽 정일 황은화 황주리. 시화전은 갤러리서림 개관전부터 죽 이어져 온 화랑의 간판 전시다. 시인들이 창조한 이미지를 화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과 감성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언어의 세계와 시각예술의 차이와 공통점을 비교해보는 맛도 쏠쏠하다.
↑ 정일의 ‘사월의 노래’ 54x45oil on canvas 2015 (2)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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