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사랑해요!” 지난해 12월 1일 홍콩의 한 쇼핑몰. 홍콩 출신 멤버 잭슨이 포함된 한국의 보이그룹 ‘갓세븐’을 보려 달려온 1500명의 소녀 팬들은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교복 차림의 15세 소녀 에오다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갓세븐은 홍콩에서 정말 유명해요, 특히 잭슨은 홍콩 사람이죠. 너무 멋져요!”
#“많은 (대만)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 대만인의 감정을 심각하게 손상한 이번 사안에 대해 모두 단결해 일치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지난 16일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은 힘주어 말했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장면이 알려져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자 소속사가 사과 영상을 내고, 이에 대만 국민들이 정면으로 반기를 든 ‘쯔위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한국 아이돌그룹을 둘러싼 열기를 보여주는 두 장면이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 아이돌그룹은 더이상 국내 청소년 위주로 소비되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이 아니게 됐다.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 태생부터 ‘다국적’인 그룹을 내는 게 국내 연예·음악기획사들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지만 이에 따른 심각한 잡음 역시 끊임없이 이어졌다.
◆ 藥 - ‘먹고 들어가는’ 해외 인지도… 현지 방송·영화·광고 진출 용이
지난 2012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2PM’의 멤버 닉쿤은 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커드 어워드(Kerd Award)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후보에 드는 것만으로도 태국 내에서 대단한 영예로 여겨지는 상이다. 앞서 2PM은 태국의 대표적인 스낵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발탁됐다. 태국에서 2PM이 정식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현지 음악차트에서 이들의 노래가 1위에 올랐다. 태국인 멤버 닉쿤의 효능은 그만큼 셌다.
쯔위가 있는 트와이스 역시 지난해 10월 데뷔 시점부터 대만 현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해당 국가 출신 멤버가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SNS상에서 현지 팬들의 관심이 증폭된다는 게 기획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음달 다국적 걸그룹 ‘우주소녀’를 내놓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중화권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면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경우 한·중 기획사 합작으로 구성된 데다 (3명의) 중국 멤버가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毒 - 문화·역사적 이해 부족, 분배·처우 둘러싼 잡음 여지 상존
아이돌그룹의 다국적 구성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진출 국가의 문화·역사적 특수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서 비롯되는 문제가 있다. 대만 총통 선거와 겹쳐 양안 관계 갈등의 불씨로 거듭난 쯔위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보이그룹 비원에이포(B1A4)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팬미팅 도중 소녀 팬들과 포옹을 하는 바람에 해당 팬들이 현지법에 따라 체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현지 매체는 B1A4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해 소속사는 해명에 진땀을 빼야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진출한 국가의 정치·문화 전반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부재한 탓에 빚어진 일이며,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그룹 내 다국적 멤버들 간 수익분배·처우 건으로 인한 잡음도 잦다. 2012년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엑소’는 그간 중국인 멤버 3명이 무단 이탈해서 중국내에서 자체 활동을 시작해 SM과의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남성 듀오 ‘테이스티’도 중국인 멤버 두명 다 최근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중국으로 떠나 소송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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