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빛의 제국’ |
국립극단은 올해 첫 창작극으로 ‘빛의 제국’(3월 4~27일 명동예술극장)을 선보인다.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김영하가 2006년 발표한 이 소설은 전복적인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젊은 문학의 기수로 꼽히던 작가가 남북문제를 소재로 다루며 묵직한 작가적 의식으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김기영은 평양외국어대 재학중 차출되어 4년간 대남 공작원 교육을 받은 뒤, 스물두 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다. 당의 명령에 따라 입시를 치르고 1986년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학생 운동권에 잠입한다. 그러다 1995년 자신을 내려보낸 북쪽 담당자가 실각하면서, 김기영은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2005년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한 통의 메일을 통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환하라는 평양의 명령을 전달받는다.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김기영은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다.
연출진도 화려하다. 지난 해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연극과 영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호평받은 ‘스플렌디즈’의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다시 방한한다.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공동으로 제작되는 이 연극은 한국 초연 이후 프랑스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미국 프랑스 등 다국적 창작진이 합세해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문소리와 연극계의 스타 지현준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1644-2003
실험극의 본산인 두산아트센터는 2월 18~20일 창작 판소리 ‘여보세요’를 무대에 올린다. 2005년 무서운 신인 김애란의 등장을 알린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실린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층이 5개의 방이 있는 하숙집에 살게 된 주인공. 이름도 어떤일도 하는지 모르는 이웃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습관과 물건을 통해 타인의 삶을 추측한다. 밤마다 방에서 엠티라도 여는 듯한 4번방 여자, 보일러 온도로 늘 다투는 3번방 여자, 빨래를 걷는 문제로 부딪히는 2번방 여자…. 익명화된 이웃들과 “내 옷에 손대지 마시요.”“밤 열시 넘어서는 세탁기 돌리지 맙시다”라는 쪽지로 소통하는 하숙집을 통해, 규격화된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이 판소리극의 극을 쓰고 연출하는 이는 스타 국악인 이자람이다. 국악창작그룹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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